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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백암산 학바위, 그 전설의 시작

by taeshik.kim 2018.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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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으로 저명한 곳으로 흔히 내장산을 꼽거니와, 이런 무기를 발판으로 이 일대는 1971년 11월에 '내장산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의 자연공원이 되었다. 한데 그 구성 내역을 보면 이름과는 달리 내장산국립공원은 실제는 '내장산·백암산 국립공원'이라 부르는 편이 더욱 정확하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지정 구역을 보면 전북 정읍에 대부분이 속하는 내장산과 그 서남쪽 전남 장성군에 상당 부분이 속하는 백암산 두 산이 주축 꼭지점을 이루는 까닭이다. 


이 국립공원에서 명소로 꼽히는 절이 두 곳 있거니와 내장산이 품은 내장사와 백암산 기슭에 자리잡은 백양사가 그곳이다. 현지 사정에 아무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는 나같은 사람은 백암산 백양사를 가면서도 내장산에 간다고 생각하기 십상이거니와, 이는 무엇보다 이곳이 내장산 국립공원에 포함되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내가 정읍과 장성간 지역 감정을 조장하고픈 생각은 없으나, 명칭 부여가 실상을 얼마나 호도하는지 보기로는 충분하다 할 것이다. 


저 두 명승 중 백양사로 들어가면, 그 뒤편으로 불뚝 솟은 거대한 암반이 인상적인 봉우리가 펼쳐져 백양사와 어우러져 일대 장관을 빚어내거니와, 그 불뚝 솟은 암반을 일러 '학바위'라 한다. 그렇다면 이 봉우리가 저리 일컫게 된 사연 혹은 시기는 언제쯤일까? 이를 확정할 만한 상세한 기록은 없으나, 그것을 짐작케 하는 귀중한 증언이 있다. 오늘은 이 자리에서 그것을 들여다 보고자 한다. 



백양산 노대암에 백학이 날아와 집을 짓다[白羊山露臺巖 白鶴來巢]


[朝鮮] 김우급(金友伋, 1574~1643) / 기호철 選譯評 / 사진 기호철  

 




 

선금이 이미 새끼 낳았단 기쁜 소식에

늙은이 생각 없이 높은 노대암 올랐소

대사님 이 병든 노인 가련히 여긴다면

하얀 털에 붉은 이마 단정학 그려오소


喜聞仙禽已化胎。衰年無意上高臺。師乎倘或憐吾病。畫取霜毛丹頂來。

 

《추담집(秋潭集)》 권5에 수록된 김우급 시다. 노대암(露臺巖)이 다른 기록에는 나타나지 않아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늘날 전남 장성 백암산(白巖山) 학바위[鶴巖]를 이른다. 학바위는 애초 이름이 노대암이었다가 백학이 집을 지은 이후 백학봉(白鶴峯) 또는 학바위[鶴巖]로 일컫게 되었다고 추정케 하는 것이다. 


1행에 보이는 '선금(仙禽)'이란 글자 그대로는 신선의 새이니, 신선이 학을 타고 다닌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말로 학을 이른다. 같은 행 ‘화태(化胎)’란 곧 ‘태화(胎化)’로 태생(胎生)을 의미한다. 동양에서는 사실과 달리 학은 난생(卵生)이 아니라 태생이라고 여겼다. 《문선(文選)》 〈무학부(舞鶴賦)〉에 “《유경(幽經)》을 흩어서 사물을 징험하니, 태화(胎化)를 한 위대한 선금(仙禽)이었다.”라고 했다. 《유경》은 《상학경(相鶴經)》이라고도 한다. 4행 ‘단정(丹頂)’은 학 이마에 붉은색 점이 있다고 해서 학을 ‘단정학’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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