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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故 이창호 아나운서 타계에 즈음한 씁쓸함

by taeshik.kim 201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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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아나운서가 타계했다. 오늘 오후 유족한테서 직접 전화가 왔다. KBS 아나운서를 지낸 누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그 시간 하도 이런저런 기사가 쏟아져 들어올 시간이라, 정신이 사나워서였는지, 아니면 얼이 빠져 그랬는지, 이름도 제대로 복기하지 못한 채, 대략 부고 양식에 맞추어서, 자료 보내주시면 부고로 전하겠다 하고는 끊었다. 한데 알고 보니 내가 연락받은 아나운서가 이창호씨였다. 


故 이창호 아나운서


우리 공장 내부 인력 사정 이야기는 안하겠다. 다만 방송연예와 미디어 전반을 기자 둘이서 문화부에서 전담하는데, 이 친구들 내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일에 치여서 매일매일을 산다. 이번 주는 그 1진이 휴가를 내고는 남편 따라 해외 여행 중이라, 남은 2진이 더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게 불쌍히 남은 우리 공장 문화부 막내 이도연 기자가 좀 전에 카톡으로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 


"부장. 이창호 아나운서라고 아세요??? 진품명품도 진행했다는데.. 전 잘 모르겠어서 ㅠ 아나운서 했다는 거 말고 어떤 업적이 있는지도 모르겠고...그래서 그냥 부고로 우선 올립니당...."


놀래서 전화했다. "그 아나운서 유명한 사람이다. 별도 기사 쓰거라." 하긴 내 정신도 사나웠으니, 티미한 부장 만나니 부원이 고생한다. 


그렇게 해서 간단한 기사가 나갔다. 우선은 내 보내면서 "일단 내보내는데 편안한 진행으로 친근감을 줬다느니 하는 내용 보강 종합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해서 이창호 전 KBS 아나운서 별세(종합) 라는 기사가 좀 전에 나갔다. 더 보강했으면 하지만, 그 고생을 알기에, 그리고 나라고 별 뾰족하게 보탤 말이 마뜩치 않아, 이것으로써 갈음하고자 한다. 


이런 말 자꾸 하니 꼰대 같은 느낌만 나지만, 시간이 그만큼 흘렀다. 내 세대에는 누구나 아는 이창호 아나운서를 우리 공장 막내 기자는 전연 모른다. "전 티비에서 뵌적이 없는 분이시라...ㅠㅠ"라는 메시지가 날아온다. 어쩌겠는가? 이창호를 기억하는 내가 늙음을 탓해야는가? 아님, 저 정도 인물도 모르는 우리 막내를 탓해야겠는가? 


코미디언 백남봉씨가 타계했을 때다. 찾아보니 그 날짜가 2010년 7월 29일인데, 그 소식을 접한 당시 우리 공장 담당 기자가 덤덤하게 반응하면서 관련 기사를 써서 올리더라. 왜 저렇게 느긋하지 의아해 했는데, 그렇게 해서 써서 올린 기사를 보다가 내가 어이가 없었다. 내용 중 일부가 심대한 오류를 빚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백남봉



"너 백남봉 모르냐?"


그랬더니 더 덤덤하게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모르는데요? 봤어야지요?"


세븐..이라는데 난 이 친구가 남성 솔로가수인 걸 한동안 몰랐다.



이와 정반대하는 일화가 나는 여러 건 있다. 이건 이미 우리 공장에서는 너무나 유명한데, 나는 세븐이라는 친구가 7인조 보이밴드인 줄 알았다. 이 놈이 한 놈 남자인 줄은 그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무렵에야 알았는데, "세븐이 7인조 아니냐" 하는 물음에 우리 가요 담당 전문 이은정 기자가 "선배, 농담이시죠?" 하는 게 아닌가? 그 얼마 뒤 내가 또 한 번 놀랐더랬다. 샤이니 기사가 올라왔는데, 그 기사에 매핑한 사진을 보니 사내 새끼들이 잔뜩이라, 또 내가 물었다가 망신을 당했다. "샤이니가 남자야?" 


데뷔 무렵 샤이니..난 이들이 이름 때문에 여성 밴드인 줄 알았다. 보이밴드인 줄 알고 얼마나 황망했던지...



이창호 아나운서 타계에 즈음한 이런 작은 소동을 보면서, 나이 먹은 내가 못내 씁쓸함도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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