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호철의 잡동산이雜同散異

누구나 죽기는 싫다

by taeshik.kim 2020. 11. 25.
반응형

죽기 싫은 건 동서고금, 남녀노소가 혼연일체.

〈‘사’ 자를 가지고 우스개로 짓다得死字戲題]〉

이 죽을 사라는 글자 달갑지 않아 不喜此死字
인간이 반드시 지닐 것은 아니네 人間莫須存
풍군이 새로이 팔괘 그어 만들었고* 風君初作畫
수제는 일찍이 불태우지 아니했네* 水帝曾未焚
귀천 가림 없이 모두 땅에 묻히고 貴賤同歸土
현우 따짐 없이 함께 문*에 든다네 賢愚共一門
삭제할 것은 삭제한 사람 없었으니* 無人削則削
천년 세월 아이들에게 가르쳐야지 千載敎兒孫

김우급(金友伋, 1574~1643)

***

*풍군(風君)이……만들었고 : 풍군은 복희씨(伏羲氏)를 이른다. 그의 성이 풍(風)이므로 풍군이라고 한 것이다. 복희씨가 황하(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그림을 보고 팔괘(八卦)를 그어서 처음으로 《주역》을 만들었다고 한다.

*수제(水帝)는……아니했네 : 수제는 고양씨(高陽氏) 전욱(顓頊)을 지칭한 것이다. 전욱이 수덕(水德)으로 왕이 되었다가 죽어서 북방 수덕의 임금이 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일컫는다. 분서갱유(焚書坑儒)했던 진(秦)나라의 선조 여수(女脩)가 오제 중 한 사람인 전욱(顓頊)의 후손이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史記 卷5 秦本紀, 卷40 楚世家》


*문 : 죽음의 문을 이른다.

*삭제할……없었으니 : 《사기》 권47 〈공자세가(孔子世家)〉에 “공자가 《춘추》를 지을 적에 기록할 것은 기록하고 삭제할 것은 삭제하여, 자하의 무리는 한 글자도 도울 수가 없었다.〔至於爲春秋 筆則筆 削則削 子夏之徒 不能贊一辭〕”라고 하였는데, ‘사(死)’라는 글자는 삭제한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