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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2033

농민 약올리는 민농시憫農詩 사대부쯤 되면 민농시 하나쯤은 남겨야 했는지 왠만한 선비들 치고 민농시 하나 남기지 않은 사람들이 없고 혹자는 이를 장편 서사시로 써서 이에 대한 연구서까지 있는 줄 안다. 민농시-. 나보다 못한 자에 대한 연민-. 다 좋다 그런데-. 國之語音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 잘 알려진 훈민정음 서문이다. 여기까지는 딱 민농시다. 뭐 말하려고 해도 글자를 알아야 쓰지? 정말 불쌍한 놈들이겠다. 문제는 다음이다. 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 便於日用耳。 그래서 새로 글자 28개를 만든다고 하지 않나. 불쌍하다고 하면 뭘 하나. 그 다음이 중요한 것 아니겠나. 농민들이 불쌍하니까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라고? 내가 본 민농시 중에 여기에 답 달아 놓은 민농시는 한 번도.. 2024. 10. 5.
전통시대 농부는 모두 사장님이다 전통시대에 농법이 바뀌는 것은 모두 경제적 이유가 있다. 벼농사를 하게 되었다면, 논을 만들어 농사 짓게 되었다면, 그 이전에는 불을 질러 여러 군데를 떠돌며 농사를 지었다면 모두 경제적 이유가 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다는 말이다. 바로 그 이유를 밝혀내는 것이 학문이다. 벼농사를 지었네가 문제가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했으며 그결과 사람의 생활은 어떻게 변해갔는가 이것을 밝히는 것이 학자의 소임이라는 뜻이다. 전통시대 농부는 모두 사장님들이다. 이익이 안 되는 일은 일체 하지 않는다.이들은 심지어 농사를 게을리하고 놀아도 거기에는 경제적 이유가 있다.  이런 경제적 이유에는 눈을 감고 개혁이라고 기껏 내놓는 것이 여전제, 정전제, 균전제 등 자기들도 하라면 꽁무니를 뺄 헛소리를  .. 2024. 10. 5.
모내기 없는 논은 무슨 장점이 있는가 우리가 아는 논은 모내기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 이앙과 논은 일체라는 말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그런데 논은 이앙과 함께 생긴 것이 아니다. 이앙이 있기 전부터 논은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간단한 의문이 나온다. 논은 왜 필요했을까? 왜 밭농사하던 동네에 논이 생겨났겠는가 말이다. 쌀을 키우려고? 쌀은 논에서만 자라는 게 아니다. 논은 이앙이 보편화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한국땅에 있었다. 논은 왜 출현한것일까? 잡초 때문에? 원래 벼는 수생식물이라서? 그게 아니다.   논은 언젠가도 여기 썼지만, 화전으로 돌아다니며 간신히 농사 짓던 신석기시대 농사가 논이 도입되면서 매년 연작이 가능해지게 되면서 대대적으로 도입된 것이다. 쉽게 말해서 매년 연작이 불가능할 정도로 척박하던 한반도 땅에 비로소 몇.. 2024. 10. 5.
농촌의 진화, 그것을 팽개친 역사가 무슨 역사리오? 우리가 알고 있는 농촌은 요즘 젊은 세대라면 경지정리 딱딱된 시골만 알 테고 필자 세대만 되도 그 이전의 농촌, 소위 "근대화" 이전 농촌을 아주 어린시절기억으로 경험한 바 있는 그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70년대 이전 농촌만 해도 이미 20세기를 거치며 상당히 진화한 형태의 농촌이었고, 20세기 이전 농촌은 그와는 또 달라서 강아지 만한 돼지, 알을 간신히 낳는 닭, 도무지 귀염성이라고는 없는 개, 조랑말 만한 말 등이 홍수만 오면 무너지는 보로 논에 물 대가며 봄만 되면 모내기가 안 돼 농사망친다고 농민들이 울부짖는 그런 농촌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다. 모내기 이전 농촌은 이와는 또 달랐고, 휴경이 극복되기 이전 농촌은 이와는 또 달랐으며, 도작이 시작되기 전 화전을 방불한 돌려.. 2024. 10. 5.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욕망 우리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소리가 하도 많이 들려서역사를 대단히 많이 알고 있는 나라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한국처럼 역사의 기본 팩트도 제대로 조사 안 된 상태에서 자신의 욕망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내 놓는 나라도 없다. 당장 20세기 이전에 소, 돼지, 말, 개, 닭이 어떤 품종이 길러지고 있었는지, 쌀, 기장, 조, 수수 콩, 보리는 도대체 어떻게 재배되고 있었는지 하나도 제대로 모르는데 이것과는 별개로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단다. 소, 돼지, 말, 개, 닭, 쌀, 기장, 조, 수수, 콩, 보리는 모르는데 다른 역사는 제대로 알까. 필자가 보기엔 우리모두가 입에 달고 사는 역사를 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할 때그 역사는 욕망의 다른 말이다. 팩트가 아니라. 그 잊.. 2024. 10. 5.
어떤 박물관 도서실에 대한 생각 필자가 다닌 대학은 80년대에 이미 커리큘럼이 빡빡해서 도대체 휴강도 공강도 없고 시간표가 기계처럼 물려 여름방학 한달 겨울방학 두달을 빼고는 일년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빈 시간 없이 돌아갔다. 아무리 빡빡한 스케줄이라도 사람은 살아야겠는지라 필자도 틈틈이 강의 땡땡이를 쳤는데 그때 주로 도망가 한숨 돌린 곳이 지금도 대학로에 있는 학림이라는 카페, 그리고 또 하나는 의대 도서관이었다. 2층에 올라가면 그때까지만 해도 전자도서관이란 게 없던 시대인지라 도서관 장서가 전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었는데 정말 여기 가면 별의별 책들이 다 있었다. 필자의 기억으로 대한제국시대까지 올라가는 의대 학술저널이 있는가 하면 의학사와 인문학 관련 책까지 있어 장서실에 들어가면 정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학술지도 해방 .. 2024.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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