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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39

금추錦秋 이남호李南浩(1908~2001)의 기명절지화器皿折枝畵 시인의 창가에 맑게 공양하나이다[詩窓淸供] 금추錦秋 이남호李南浩(1908~2001)의 기명절지도器皿折枝圖다. 그릇과 책, 청동거울, 괴석, 호리병 따위 옛 기물을 화면에 놓았는데, 되는 대로 던져둔 것 같으면서도 구도가 안정적이고 특히 청동거울의 무늬와 질감 묘사가 돋보인다. 한 번에 그은 획이 거의 없지만,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못 호방함도 갖추었다. 금추는 국사 교과서에도 실리곤 했던 를 그린 작가다. 이당 김은호(1892~1979)에게 사사받았는데, 그와는 전혀 다른 필치를 구사했다. 중국 베이징대 중국화과를 졸업해서인지 거친 맛(소위 대륙적?)이 유달리 두드러지면서도 묘사력이 뛰어나다. 특히 '죽음헌주인竹音軒主人'으로 당호를 쓴 중년 작품이 좋다. 다양한 화목에 능했고 서예에도 일가견이 있.. 2024. 3. 13.
'스핑쓰'를 보며 심산 노수현을 생각하다 기자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만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엉뚱하게도 심산心汕 노수현(盧壽鉉, 1899-1978) 화백이었다.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의 수제자였던 그는 한국화 근대 6대가로 꼽힐 만큼 대단한 산수화 실력을 자랑했고 거기 덧붙여 뛰어난 사회풍자만화가였다. 그는 젊은 시절 생계수단으로 신문 연재소설 삽화를 그렸는데, 한국 최초의 신문연재 4컷만화 도 그의 솜씨다. 상당히 긴 기간 연재했고 그만큼 소재도 다양해서, 최근에는 이를 소재로 일제강점기 생활문화사를 연구하는 논저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물론, 이 때문에 뒷날 에 오르게 되기도 하지만...). 각설하고, 순종황제가 승하하여 조선 전역이 비통해하던 1926년 4월 28일자 에 노수현의 만화가 실린다. 의 주인공들.. 2024. 3. 12.
정지상과 김부식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글씨 일제강점기에 편찬된 에 실린 남호南湖 정지상鄭知常(?~1135)과 뇌천雷川 김부식金富軾(1075~1151)의 글씨. 정지상의 것은 7언절구(거나 율시거나) 마지막 구절과 이름만 남았고, 김부식의 것은 그래도 두 구절은 남았다. 봄바람 부는 자줏빛 밭두렁에 가랑비 지나가더라 紫陌春風細雨過 지상 知常 버들이 어둑하니 뉘 집이 술집인고 柳暗誰家沽酒店 달 밝은 어드메에 낚싯배가 있는가 月明何處釣魚舟 김부식 金富軾 옛말에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데, 둘 다 행초서라 비슷하긴 해도 은근히 느낌이 다르기는 하다. 필적학 연구하시는 분들은 아마 여기서 둘의 성격 차이를 엿볼 수도 있겠다. 목판이 아니라 진짜 글씨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2024. 3. 12.
전주 부잣집 아들 유당 김희순의 취미 그 이상, 서화 자고로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예술의 세계에도 이 속담은 한치 어긋남 없이 들어맞는다. 부유한 이들은 예술가를 후원하며 그들의 작품을 즐겼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기 스스로 예술의 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아래 난초 그림을 그린 유당酉堂 김희순金熙舜(1886-1968)도 그런 경우이다. 그는 전주 부잣집 아들이었다. 가학으로 한학을 익혔고 벽하碧下 조주승趙周昇(1854-1903)에게 서화를 배운 그는 시서화삼절이라고까지 할 만큼 그림 솜씨가 좋았다. 조선미술전람회에 여러 차례 사군자를 출품해 한 번은 4등을 하고 7차례나 입선하는 기록을 세운다. 해방 후에도 김희순은 서화 연찬을 게을리하지 않아, 국전 입선, 추천작가로 활동했다. 또 김희순은 지역 예술 발전에도 공이 컸다. 1935년 효산曉山 이광렬.. 2024. 3. 11.
술 취한 놈 깨우는 법 취해 드러누운 사람에게는 찬물을 들이부으면 깨어난다고 한다. 2024. 3. 6.
당최 안 보이는 소주의 흔적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을 구해 읽을 수 있었다. 왜 이를 찾았느냐 하면, 이 의서에 '소주'가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향약구급방은 발간 상한선이 고려 고종 연간이라 하니 어쩌면 우리나라 '소주'가 몽골의 영향 이전에 있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도통 '燒酒'란 말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성과가 없는 건 아니어서, 당시에 '酒'와 '淸酒'가 구분되었다든지, '溫酒'에 약을 타서 마시는 경우가 많았다든지 하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근데 '소주'나 소주를 의미하는 듯한 문구는 당최 안보이는데....그 이야기의 근거를 알 수가 없다(아는 분은 어느 대목에 소주가 등장하는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에는 '소주'가 안보인다. 막걸리는 '백주白酒'라고 해서 나오지만서도. 아마도 '백주'는.. 202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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