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경주 서울 쌍추위에 쌍코피 터진 날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2. 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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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니 1시간여 전에 이미 어제가 됐다. 

회의 참석차 경주를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보통 경주는 내려가면 하루이틀은 꼭 숙박을 하지마는 장기 지속한 해외생활 여파인지 외박은 당분간은 진절머리라, 하루에 해치우는 걸로 결판냈다. 

회의는 오후 네 시였다.

두 시간 남짓 진행된 회의를 끝내고선 포토 바이 오 오세윤 형 서악마을 자택에서 노닥이고

인근 식당에서 다른 경주 지인들이랑 저녁을 해결하는 코스를 밟아 이채경 형이 귀가하는 길에 경주역에 떨가주어 저녁 10시4분 발 서울행 ktx를 탔다. 

가뜩이나 동장군 위력이 드센 이번 주라, 경주라 해서 예외는 아니어서 경주역 문을 나서는데 여긴 바람까지 드세게 불어 추위가 더 곳곳을 파고 들었다. 

기온이 대략 영하 10도는 너끈히 넘을 듯해서 지금 경주 기온을 확인하니 어랏? 영하 3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체감온도는 급속직하라, 흡사 하얼빈 빙등축제 현장에 선 듯했다. 


텅텅 빈 경주~서울행 상경 ktx



손이 굳어서인지 검색을 잘못하는 바람에 버스를 잘못 타 시내 진입에 애를 먹었으니, 추운날 추위는 배가 삼가해서 뼛속을 괴롭혔다. 

보통 ktx로 경주~서울 구간은 두 시간 10분인지 20분이면 주파를 하지만, 내려갈 때도 그랬고 상경할 적에도 이 추위는 고속철을 비둘기호로 만들어 버렸으니, 각각 30분가량 연착했다. 

문제는 상경길이었다.

열두시 반을 넘어, 거의 한 시가 되어 도착하니 버스가 끊어졌다.

내가 사는 데는 서울역 기준 지하철로는 한 정거장, 버스로는 두 정거장에 지나지 않아서, 가뜩이나 승객이 많은 택시를 잡을 엄두를 내기 힘들었으니 결국은 뚜벅뚜벅 걸어서 집으로 귀가했다. 

빠른 도보로 대략 30분가량 걸리는 거리지만, 또 평소에는 부러 도보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이 새벽 서울 기온은 영하 12두로 급전추락을 거듭했으니, 그 30분이 죽는 줄 알았다. 

이리 추울 줄 알았더래면 지중해서 겨울을 보내고 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밀려들기도 했다.

점점 더 추위와 더위를 참기 힘든 나이가 되어 간다. 

왜 이런 환절기 혹은 극한의 시절에 노인네가 그리 많이 죽어나갈까 결국은 노쇄가 결정타 아니겠는가? 

꼭 죽지 않고자, 혹은 되도록 늦게 죽고자 함은 아니지만, 죽어도 되도록 좋은 계절에, 안 춥고 안 더운 날에 죽었으면 여한이 없겠다 싶다. 

덧붙여 겪을수록, 나이가 더 들수록 이 한국은 사람 살기엔 참말로 지랄맞은 땅이라는 생각만 더욱 굳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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