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 MISCELLANIES

6.3m 거대 돌덩이에 겨우 1775자만 달랑 새긴 광개토왕비

taeshik.kim 2024. 3. 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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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장수왕 고거련高巨璉이 그 아버지 광개토왕 고담덕高談德을 추념하고자 세운 이른바 광개토대왕비는

응회암 재질에 높이 약 6.39m에 너비는 1.35∼2.0m인 거대 돌덩이로 비좌는 물론이고 비수도 따로 없이 몸통만 이용해 글자를 새길 만한 데는 모조리 다 박아 넣었으니

저 큰 돌덩이에 불과 1775자밖에 새기지 못했으니 하도 무식하게 한 글자 한 글자 큼지막하게 박는 바람에 빚어진 참사였다.

그 문장을 조금만 세심히 읽어봐도 곳곳에 원본이 축약되었음을 알 수 있으니

이는 이 자리서는 본론에 벗어나므로 치지도외하고

천육백년이 지난 지금에는 그 덩치가 자랑스럽다 하며 이르기를 웅혼한 고구려 기상을 알려주는 위대한 유산이라 한다.

그런가?

어떤 얼빠진 놈이 저 큰 바윗덩이에다 천칠백자밖에 쓰지 못한단 말인가?

비석 재질도 잘못 골랐고 그런 잘못 고른 암석에다 글자는 크게 새길 수밖에 없어 빚어진 부실공사의 총화다.

그러면서도 나름 위압성을 주고자 해서 저리 했겠지만 그 위압은 간단해서 고구려 내부를 향해 묘지를 침탈하려는 내부 권력자들 견제용이었다.

고구려 기상과는 눈꼽만큼도 관련이 없다.





하지만 국민국가 대한민국은 저 대책 없는 덩치에서 지금이 원하는 욕망을 주물했다.

웅혼이라는 욕망과 그것이 표상하는 잃어버린 고토 만주를 언젠가는 회복해야 한다는 열망을 소환했다.

저 덩치는 그 열망을 부채질하는 마동석의 팔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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