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百圓만 있으면 누구든 성공하는 조선 고서점[古本屋]과 세책점貰冊店 창업(1)
유춘동(선문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
1910년 이후부터 일본에서는 일본인들의 조선으로의 이주(移住)가 ‘붐’을 이루던 때였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하고 대한제국을 합병한 일본으로서는 확장한 영토를 일본인들이 관리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일본인들의 이주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사진1. 일본인을 조선으로 실어 보냈던 관부연락선(關釜連絡船)
일본 정부는 일본인들에게 “조선은 인생 역전의 마지막 기회의 땅”이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조선에 정착해서 수월한 생활을 위해 조선어를 배우려는 열기, 조선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졌다. 출판업계는 이러한 시대 분위기를 놓칠세라 <조선안내(朝鮮案內)>와 같은 각종 책자들을 무더기로 간행했다.
사진2. 조선의 각종 안내서
일본 정부는 처음에는 주로 농업(農業) 이민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한 상업(商業), 공업(工業), 서비스업도 적극적으로 권유하며 이민을 독려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책들이 사무라 하치로(佐村八郞)의 『도한의 권유(渡韓のすすめ)』, 나가다 신죠(長田信藏)의 『한국에서 성업하는 첫걸음(韓國成業手引)』 등이다. 이 책의 핵심은 조선에서는 돈 100원(圓)만 있다면 누구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조선에 가는 사람에게(원제: 朝鮮へ行く人に)』는 1914년 도리가 라몬(鳥賀羅門)이 쓴 조선안내서이다. 이 책은 일본인이 조선에서 살아가는데 유의해야 할 점, 조선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생활 편의시설, 일본인이 창업할 수 있는 업종 등을 조목조목 서술해 놓았다. 이 책의 특징은 조선, 특히 부산지역에 일본인들이 설립한 고서점(古書店), 세책점(貰冊店)에 대한 정보이다.
도리가 라몬은 부산에 있던 고서점을 (1) 사업장의 내력, (2) 규모, (3) 현재의 운영 상태 순서로 기술했다. 조선에 있던 고서점의 규모는 3칸으로 적고 있다. 당시 한 칸은 대략 6평에서 10평 정도의 규모였다. 따라서 3칸은 대략 18평에서 30평 정도였을 것이다.
도리가 라몬의 기술을 보면 당시 고서점에서 책을 매입할 때 모습을 엿본다. 책 매입은 책의 가치보다는 일률적으로 무게를 달아서 매입했다. 이렇게 매입한 뒤에는 원 가격에서 40%가량 가격을 올려서 판매했다. 이런 고서점은 부산에 여러 곳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일본인 다나카[田中]가 서정[西町](현재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 부근)에서 운영한 고서점이 가장 유명하다고 소개해 놓았다.
단돈 100원으로 쉽게 조선에서 창업할 수 있고 큰 영업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고서점(古書店) 개업을 도리가 라몬은 이 책에서 소개한다.
조선일일신문사 편찬 <백원의 소자본 도한성공법渡韓成功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