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본完板本 연구의 수호자, 전북대 이태영 교수
조선 후기, 현재 전라도 전주(全州) 지역에서 생산되었던 완판 방각본 소설
이 완판본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서, 중요한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 고(故) 류탁일 교수(부산대), 이태영 교수(전북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류탁일 교수가 완판본의 발굴, 완판본 연구의 초석을 놓은 분이라면, 이태영 교수는 완판본의 계승과 발전, 대중화에 헌신한 분이다.
이태영 교수의 주전공은 국어학에서 전라도 지역 방언이다. 그는 전라도 지역 방언을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 지역에서 생산된 방각본 소설로 관심이 모아졌다. 그 결과, 국어학의 시각에서 완판본을 어떻게 연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함께, 완판본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모색하였다.
그는 여러 논문을 통해서 완판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학자들에게만 전한 것이 아니라 대중들과 공유하기 위해서 2000년대 초반부터, 전주 남부시장 주변에 있던 방각본 소설 생산지를 지역민들과 직접 찾아다니는 답사 모임도 조직하고 운영했다.
이것은 완판본이 책으로만 존재하는, 화석과 같은 존재가 아니라, 아직도 우리 주변에 살아있고 반드시 지켜야하는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완판본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의견을 개진하고 노력한 결과, 현재 전주 한옥마을 내에 ‘완판본 문화관’을 건립을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이태영 교수가 40년 동안,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바쳐 연구했던 ‘완판본’, 그 완판본에 대한 종합 보고서가 이번에 출간되었다. 그 책은 바로 <완판본 인쇄 출판의 문화사적 연구(역락, 2021)>이다.
그는 이 책에서 완판본의 탄생, 완판본의 특징, 완판본과 관련된 모든 절대 지식을 오롯이 담아내었다.
이태영 교수는 2021년 정년퇴임을 하게되었다. 이 책은 개인적으로 이태영 교수가 자신의 정년을 자축하기 위해서 낸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단순히 이태영 교수 혼자만의 책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완판본에 대한 지식 공유라는 측면에서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완판본에 대하여 우리는 그에게 너무도 많은 빚을 졌다.
그 빚은 단순히 그의 정년을 축하한다는 말에서 끝날 것이 아니다.
완판본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것이며,
전주의 한옥마을에 갔을 때, 단순히 한옥마을만 구경할 것이 아니라, 한옥마을 끝에 위치한 이 완판본 문화관에 꼭 방문하는 일. 이것이 우리가 그의 열정과 노력에 대한 최선의 보답이자 예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