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질도 못하는 어느 장군의 쟁기질

The general (later king) Horemheb, depicted within his Saqqara tomb, ploughing the fields of the heavenly realm Aaru (Field of Reeds).
훗날 파라오가 되는 호렘헵이 장군 시절에 천국의 영역 아루Aaru, 곧 갈대밭Field of Reeds을 소를 몰고 쟁기질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장면이다.
사카라Saqqara 그의 무덤 비름빡 그림이지만 그는 미리 만들어 놓은 이 무덤에 가지 못했다.
아니 안 갔다.
파라오가 되면 그 파라오 특권, 곧 죽어가야 하는 장지 국립묘지가 왕들의 계곡에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무덤에다가 현대 고고학은 KV57이라는 식별 번호를 부여했다. KV는 kings' valley 약자일 것이다.
죽어 사후 세계에 영원히 거주하게 될 집 무덤은 만드는 기간 비용이 엄청났다.
그래서 떵떵거리며 사는 권력자 부자들은 살아 생전에 미리 무덤을 점지하고 미리 집을 지었다.
그래야 죽자마자 거주지 주소 이전을 냅다 하기 때문이다.
이를 동아시아에서는 수릉壽陵이라 했다.
일가구 이주택 삶을 살게 되는 셈인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었으니 쫄딱 망할 수도 있고 호렘헵처럼 벼락 출세 더할 수도 있었다.
장군 시절과 파라오 시절 그 무덤집 만드는 비용 처리는 어찌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왕으로서의 그것은 철저히 국가재정이었을 것임은 불문해도 가지하다.
장군으로서의 그것? 글써 자부담 아니었을까 싶다. 혹 일부 국고 지원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권력자가 직접 밭을 갈았을 리는 없다. 지가 무슨 밭을 갈 줄 알아? 쟁기에 깔려죽지 않음 다행이다.
마찬가지로 걸핏하면 저런 무덤에선 적군 목을 따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도 웃기긴 마찬가지라 무엇보다 피가 튀겨서 그런 일 미쳤다고 파라오나 장군이 직접 하겠는가?
다 아랫것들이, 것도 대개 백정들이 했다.
목을 치는 일도 고도하는 전문성이 필요해서 아무나 했다가 지가 다치고 죽지도 않는다.
영화나 드라마 보면 쑤시는 대로 찌르는 대로 쏘는 대로 픽픽 그 자리 꼬구라져 깰꼬닥하지만 그리 간단히 죽어지지 않는다.
암튼 저 장면은 말할 것도 없이 상징만 있을 뿐이다.
밭을 가는 의미는 농경의 장악이다.
동아시아에선 군주들이 봄철이면 코딱지만한 밭에서 쟁기질하는 시늉만 냈는데 이를 적전籍田이라 했다.
왕비는 딴 데 동원됐으니 양잠이었다. 가서 뽕따는 시늉만 하다 말고선 아이 피곤해 하면서 공경대부 마누라들 불러다 놓고선 한 잔 빨았다.
근데 무슨 이야기하다 예까지 온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