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전혀 다른 책, 더 다른 지식 구조

초야잠필 2024. 5. 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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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 한국과 일본의 서적 문화를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한국은 남아 있는 서지들이 주로 목판, 활자 등으로 인출된 것 위주이며 

일본은 대부분이 필사본이라는 데 있다. 

가마쿠라 시대 정사로 존중받는 아즈마카가미 같은 경우도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전에는 인출된 적이 없으며 모두 필사본이다. 

따라서 일본위키에 각종 서적의 서지를 보면 

대부분 무슨 무슨 필사본 하여 서로 다른 필사본들의 내력이 적혀 있는 것이 대부분이며, 

이러한 Made in Japan 서적들이 본격적으로 인출되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에도시대 이후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은 우리와 달리 군담소설 등 문학작품이 자국어로 쓰인 것이 많고

이를 그림으로 직접 그려 화려하게 수식한 에마키가 많이 남아 있는데

이런 책들의 필사 그림을 보면 정말 아름답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남아 있는 국보나 보물이 대부분 인출된 것이라 

그림도 목판 그림이라 단색조가 대부분으로 

에마키보다는 화려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거의 많다.

문제는 이것이다.

한국사에서 많은 서적이 인출되어 나왔다고 해서

한국에 필사본이 없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각광받는 일기가 되었건 뭐가 되었건 

필사본은 당연히 많았을 것이다. 

필사본이 없이 어떻게 인쇄본이 나오겠는가? 

인쇄본은 필사본의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은 것이라, 

기본적으로 문자생활이 풍부하지 않은 문명에서는 인쇄본은 나올수가 없다고 하겠다. 

이렇게 보면, 

한국과 일본의 전근대-. 

양국이 에도시대 이후 목판으로 비슷하거나 오히려 일본이 한국을 앞지르는 형국을 보이기 이전 시대에는, 

이 두 나라는 전혀 다른 지식의 전달체계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아도 좋겠다. 

목판인쇄되고 뿌려지는 나라와 

필사가 행해지던 나라는 책이라는 형태의 모습도 차이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두 사회에서는 지식이 통용되는 구조 자체가 달랐다는 말이 되겠다. 

팔만대장경과 금속활자를 자랑하거나

일본의 필사본의 아름다움에 찬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양국 지식체계의 보급의 구조. 

이를 규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 본다. 


에도시대 하야시 라잔의 아즈마카가미 집해. 아즈마카가미는 에도 막부 이전에는 필사되어 내용도 서로 다르고 완전히 남아 있는 것이 드물던 것을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명으로 임진왜란때 조선에서 탈취한 활자를 이용하여 인쇄한 것이 최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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