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한문 공부
중국에서는 초등부터 고교까지 어문(국어) 교과서에 고문이 대략 150편 정도 실려있습니다.
너댓 문장의 짧은 문장부터 시작하여 학년이 올라갈수록 긴 문장이 실리면서, 초등 고학년이면 <우공이산> 정도가 나옵니다.
고문은 일반적으로 외우게 하기 때문에 머리가 있고 관심이 있는 학생은 고교 졸업하면 쉬운 고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개인차가 큰 부분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또 한 가지 주요한 특징은 중국에선 한국의 한문 입문서로 잘 알려진 명심보감 소학 맹자 논어는 좀처럼 읽지 않습니다.
유학은 나라를 후퇴시킨 원인으로 지목되어 1919년 오사운동 때와 1970년대 문혁 기간 때(비림비공) 두 번에 걸쳐 본격적인 타격을 입어 부정적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고문관지> <사기열전> 등을 읽습니다.
초딩도 밤이면 일본 애니를 보고 다음날 화제로 꺼내는 시대에 고문과 같이 껄끄럽고 감각도 맞지 않은 단원을 왜 교과서에 넣어 학생들을 괴롭히는 걸까요?
거기에는 아주 강력한 이유가 있습니다.
56개 민족으로 이루어진 다양성을 통합하고 운명공동체로 묶는데 있어 고문보다 강력한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도시에 가면 국영서점 "신화서점" 이외에 고문 서적만 파는 국영서점 "중국서점"이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잘 팔리는 책은 장자, 소식(소동파)시문집, 두시상주, 사기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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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서성 선생님 글이라, 예서 우리가 참고할 대목은 "중국에선 한국의 한문 입문서로 잘 알려진 명심보감 소학 맹자 논어는 좀처럼 읽지 않"는다는 대목이라
그 이유가 다르기는 하지만, 나 역시 한문 공부에 왜 죽어나사나 소학이니 맹자니 논어를 매달리는가에 대해서는 하도 여러 번 분통을 표명했거니와,
무엇보다 열라 재미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상이라는 맥락에서 사대주의 표상 온상이 되는 책들이다.
성격이 비슷한 한문교재인 고문진보와 고문관지를 비교해도,
고문진보는 실상 유교 골수파인 한유 선집에 가까워 온통 한유한유인데 견주어
고문관지는 선진 전국시대 이래 골고루 문장을 편집했다는 점에서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단연 고문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