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S & MISCELLANIES

탑은 레고블럭, 유사시 해체해야 하는 이유다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3. 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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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은 동산일까 부동산일까?

이 문제 생각보다는 문화재 현장에서 심각해서 이에서 비롯하는 무수한 문제가 돌발한다. 

동산이냐 부동산이냐에 따라 문화재보호구역이 발동될 수밖에 없다.

이 보호구역, 이른바 코어 구역과 완충구역 buffer zone이 짝을 이룬 개념은 오직 부동산에만 해당한다. 

그만큼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탑은?

이게 아주 묘해서 두 가지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 

예컨대 불국사 석가탑 다보탑의 경우 부동산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것도 내실 따져보면 복잡해서 그것이 성립하기 위한 오직 단 하나의 조건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문제는 생각보다 적지 않은 석탑들이 이동한 데서 발생한다.

어디 제자리 지킨 석탑을 찾기 힘들 정도다. 

충주 중앙탑은 나는 파기 전까지는 내심 옮겨오지 않았나 싶은데, 그렇다는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이에서 듣도보도 못한 비보탑이란 괴물이 등장한다.

도선의 풍수지리설에 기댄 이 개념을 대체 어떤 놈이 고안했는지가 나는 궁금하기 짝이 없다.

불교 교리 그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고 그걸 받침하는 근거도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내 고향 경북 김천 직지사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세 건 석탑이 있지마는 개중 어느 것 하나도 본래 직지사 것이 없고 인근 고을에서, 비교적 최근에 죄다 뽑아다 놓은 것들이다. 

이 경우는 옮긴 내력이라도 있지 내력도 없이 제발로 옮긴 석탑이 그리 많다. 
 

성주사지

 
보령 성주사지에는 석탑 세 기가 일렬 횡대를 이루고 있는데, 이거 평지돌출이라 본래 이리 만들었을 가능성 0.5%다.

어딘가에서는 석탑 세 기 모두, 혹은 개중 한 기는 옮겨왔다. 

심지어 도심에 석탑이 새둥지를 트는 일도 많은데, 이는 근현대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이를 부동산 문화재 취급하다 보니 보호구역 설정과 그에 따른 민원이 빈발한다. 

요새는 전통사찰 자격인가를 갖추겠다 해서 석탑도 거래되는 시대, 문화재는 있어야 하니깐 석탑을 갖추는 사례도 등장하는데

이렇게 해서 중앙정부 문화재는 되지 못하지만 지방문화재로는 그런 대로 지정되기도 하는데 이때 문제가 빈발한다. 

실제 이런 일로 부산에서 난리를 쳐댄 적 있다. 

탑은 불교 교리에 의하면 부처님 거룩한 산소다.

한국 불교 도입 초창기에는 대웅전과 언제나 세트를 이루는 성소 핵심 중의 핵심이다가 통일신라말이 되면서 급속도로 왜소화 축소화 그리고 퇴물화되기에 이르는데,

것도 처음에는 나무로 많이 짓다가 석탑으로 간 이유는 딴 게 없다. 

첫째 화재 소실 위험성, 둘째 잣은 부재 교체에 따른 대규모 비용 발생 딱 이 두 가지다. 

놀랍지 않은가? 목탑이 퇴출되는 결정적인 하자에 화재 위험성이 들어가 있다는 게?

화재 대피라는 이 석탑은 이후에도 그런 속성을 버린 적 없다. 

물론 이후에는 저 말고도 다른 이유로 잦은 이동을 하게 되지만 잦은 이동이라 함은 그것이 동산이라는 증거이고,

무엇보다 애초 등장 시점에서는 그렇지 않을 텐데 훗날에는 조립품화했다는 증거다. 

석탑이 지닌 최대 강점은 목탑보다는 상대적으로 화재에서 안전하고(그렇다고 완전 안전일 수는 없다),

나아가 일단 유사시에는 해체 조립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꼭 저게 아니더라도 탑은 툭하면 해체 보수한다.

우리나라 석탑 중에 해체 수리 안 된 곳 있음 나와보라 그래!

석가탑 다보탑도 다 뜯어제꼈다가 새로 쌓았고, 중앙탑도 아주 최근에 그랬다.

간단히 말해 탑은 동산이며 해체 조립품이다. 레고블럭이다. 

기후변화 시대 석탑이 지닌 이런 속성을 다시금 새겨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급하면 해체해야 하는 당위성을 담보하는 까닭이다. 

뭐 해체하라니깐 우습거나 성급하게 보여? 

나는 근거없는 싸지르기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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