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마도면 염전이야기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는 아버지 고향이고 나에게는 할머니댁이 있는 시골이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무척이나 예뻐하셨다고 했지만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이 없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엄마가 나를 들쳐 업고 시골로 내려갔다고 했으니, 기껏해야 2살이나 되었을까.
할머니만 계셨던 시골은 방학이나 명절에 놀러가던 곳이었다. 버스를 타면 덜컹거리던 비포장 도로와 할머니집 앞 큰 길에 길쭉한 미루나무가 있었던 것 정도만 기억난다.(이 나무를 볼 때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이 걸려있네~” 로 시작하는 노래를 불렀었다. 지금은 이 나무들도 전부 사라졌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확실히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염전이다.
서신면으로 가기 위해서는 남양읍을 지나 마도면, 송산면을 지나야 하는데 남양읍과 송산면 사이, 마도면을 지나는 중간에 큰 염전이 있었던 것이 또렷하게 기억난다.(어릴 때 제사 때마다 우리집에 오셨던 친척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성함은 모르고 그냥 ‘마도 할아버지’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아마 여기 마도면에 사셨던 것 같다.)
매우 어릴 때였던 것 같은데 염전의 기억은 비교적 또렷하다. 나무로 만든 수차며, 소금이 쌓여 있던 장면까지. 차를 타고 지나가며 본 풍경이지만 신기해서였는지 오랫동안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다.
<염전에서 수차 돌리는 모습, 기억난다. - 사진 출처 : 다음카페 이미지 검색>
최근에 이 곳을 지나는데, 당연히 염전은 모두 사라졌다. 문득 궁금해져서,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옛 지도를 찾아 봤다.
1922년 인쇄된 남양 일대 지도에서 아직 염전이 보이지 않고, 1957년 지도에서 일부 염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1963년 지도에는 ‘마도면 염전’이라고 명칭이 보이기 시작한다. 1년 사이, 1964년 지도에서는 염전이 송산면, 마도면, 비봉면 일대로 확장되었다.
<남양만 일대 지도(1922년) - 지금의 마도면사무소 자리는 육지가 아닌 바다였다.>
<남양만 일대 지도(1957년) - 염전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남양만 일대 지도(1963년) - '마도면염전'이란 명칭이 보인다.>
<남양만 일대 지도(1964년) -마도면, 송산면, 비봉면 일대까지 염전이 엄청 늘어났다.>
1970년 지도에서는 염전이 반듯반듯하게 정돈되었고, 마도염전, 비봉염전, 송산염전 등의 이름이 더 보인다. 이 지도에서 재밌는 부분이 마도염전 맞은 편에 있는 염전 이름이 ‘수원 형무소 염전’이라는 점이다. 저 곳은 현재 법무부의 화성 외국인보호소가 들어서 있다.
<남양만 일대 지도(1970년)- 마도염전 맞은편에 '수원 형무소염전'이 눈에 띈다>
1984년 지도에서는 대부분 염전이 사라졌다. 일부는 육지가 되어 자동차 성능시험연구소가 들어섰고, 1957년 지도에서 제일 먼저 염전이 생겼던 자리에는 1989년 7월 마도면행정복지센터(마도면사무소)가 개관했다.
<남양만 일대 지도(1984년)- 염전은 대부분 사라지고, 육지화되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할머니도 일찍 서울로 올라오셨기에, 어른이 된 이후에 이쪽에 갈 일은 별로 없다. 그치만 가끔 지나갈 일이 생기면, 마도면을 지날 때 마다 염전을 보았던, 그때의 그 기억이 아직까지 떠오르곤 한다.
<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