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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83

가을 오니 추위는 몇번이나? 한시, 계절의 노래(188) 가을날 감흥(秋日遣興) 둘째 [宋] 손응시(孫應時) / 김영문 選譯評 올해 더위 지독함은다른 해와 달랐음에 이제 추풍 불어오니마음이 상쾌하네 평생 아직 추위 더위여러 번 겪어야 할 터 내 삶은 무슨 일로계기를 못 따르나 今年炎毒異他年, 及此秋風意灑然. 身世還須几寒暑, 吾生何事不隨緣. 가고 옮, 맞고 보냄, 추위와 더위, 비움과 채움, 초하루와 보름, 보름과 그믐 등등...... 『주역(周易)』이 말하는 원리가 오묘하다 해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자연스럽고 쉬운 이치조차 체득하기 어렵다. 사람의 생각은 늘 편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예순 가까운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인연과 계기가 있었다. 혹독한 더위와 추위 속에서 고통을 겪기도 했고, 봄바람과 가을바람 속.. 2018. 10. 2.
풍년 들어봤자 절반은 빚잔치 절반은 세경 한시, 계절의 노래(187) 농부의 노래 다섯 수(田父吟五首) 중 셋째 [宋] 섭인(葉茵) / 김영문 選譯評 하늘이시여 농부들을생각해주소서 만 이랑 황금 물결온 땅을 덮었지만 곡식 있어도 자녀 위해계획 마련 못하고 절반은 빚 갚고절반은 세금 냅니다 老天應是念農夫, 萬頃黃雲著地鋪. 有穀未爲兒女計, 半償私債半官租. 70~80년대 대학가에서 우골탑(牛骨塔)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대학을 흔히 상아탑(象牙塔)이라 부르는 세태에 대한 풍자였다. 당시 시골 출신으로 대학에 다닌 사람들 대부분은 고향집 암소가 학비의 원천이었다. 암소는 지금의 경운기나 트랙터를 대신하는 우수한 농기계였을 뿐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송아지를 낳아 몫돈을 마련해주는 부동의 재테크 원천이었다. 암소가 마련해준 몫돈으로 대학을 다녔으니.. 2018. 9. 29.
가을 강물 타고 내려가며 한시, 계절의 노래(178) 가을에 형문으로 내려가다(秋下荊門)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형문에 서리 내려강가 나무 휑한 때에 베 돛은 무탈하게추풍 속에 걸렸네 이번 길은 농어회를먹으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 명산 좋아섬중으로 들어가네 霜落荊門江樹空, 布帆無恙掛秋風. 此行不爲鱸魚鱠, 自愛名山入剡中. 아미산 반달을 데리고 이백은 어디로 갔을까? 「아미산 달 타령(峨眉山月歌)」에서 제시한 경로대로 평강강의 청계를 떠나 투주(渝州: 지금의 충칭重慶)를 거쳐 삼협(三峽)을 통과했다. 지형이 험하고 물살이 세찬 삼협을 지날 때는 아슬아슬한 위기를 여러 번 겪었으리라. 가슴 졸인 험로를 빠져나온 후 이백은 짐짓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자기가 탄 배의 베 돛은 아무 탈이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것도 유명한 ‘포범무양(.. 2018. 9. 28.
梧葉已秋聲 칠흑 같은 밤 삐죽히 새어나온 가로등에 비친 하늘 올려다 보니 황달 든 오동나무 이파리 하나와 그 치골이 유난하다. 벌레가 먹어 그런지, 혹 지난번 폭우에 골절한 여파인지는 알 수 없다. 세월이 그렇다고 본다. 또 하나를 묻고 갈 때이리라. 2018. 9. 20.
제비 전송하며 한시, 계절의 노래(171) 제비를 보내며(送燕) 명 석보(石寶) / 김영문 選譯評 가을 제사 소식 일찍 듣고돌아갈 생각으로 새로 낳은 새끼 위해날개옷 다듬누나 옛 보루는 내년에도아무 탈 없을 테니 주렴에 동풍 불 때날아오길 기다리리 蚤聞秋社已思歸, 更爲新雛櫛羽衣. 故壘明年管無恙, 東風簾幕待君飛. 추사(秋社)는 옛날 가을철에 토지신에게 올리던 제사다. 민간에서도 선조들 산소를 찾아 시제(時祭)를 올렸다. 지금도 각 문중마다 시제를 올리는 풍습이 남아 있다. 시제 때 축관이 축문 읽는 소리를 들으면 자못 엄숙하고 창망한 느낌이 든다. “계절은 흘러 서리와 이슬이 이미 내렸습니다. 선영을 소제하고 올려다보니 그리운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 삼가 맑은 술과 몇 가지 제수로 경건히 시제를 올립니다. 흠향해주시옵.. 2018. 9. 13.
가을은 홍새치다 청단풍 끝에 홍새치가 피기 시작하기는 이번 여름이었다. 계속 봐뒀다. 가을 하늘 시리도록 창공한 오늘도 역시 그랬다. 홍이야 홍으로 끝나려는지, 그리하여 무말랭이 비틀어지듯, 연탄불 오른 오징어 비틀듯, 그렇게 푸른색으로 질지 모르나, 홍이야 홍단이야, 붉구나. 그래서 나는 말한다. 가을은 청단풍 끝 매달린 홍새치처럼 온다고 말이다. 201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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