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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53

로마 vs. 경주 로마엔 로마가 없다. 로마엔 로마제국을 증언하는 위대한 유산이 그득그득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라 그 편린은 고작 앙상한 콜로세움과 그나마 온전에 가까운 판테온, 그리고 꺼풀데기 겨우 유지한 산탄젤로 정도만 있을뿐 우리가 아는 로마제국은 모조리 땅속 10미터에서 헤집어낸 잔해뿐이다. 그 겨우 남은 잔해 아시바 짜고 해서 이리짜고 저리짜고 박박 계우 기워서 이것이 로마라고 선전할 뿐이다. 로마에 남은 로마보다 경주에 남은 신라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 아는가?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경주가 남긴 신라 역시 후대 무수한 보수 땜질이 있기는 하지만, 또, 로마에서 그런 것처럼 황룡사 터니 사천왕사 터니 해서 땅속에서 억지로 끄집어낸 것이 적지 않기는 하지만, 로마가 로마라 선전하는 .. 2023. 2. 8.
황룡사 터, 그 완벽한 폐허 어쩌다 경주를 다녀오고선, 그러고 또 어쩌다 황룡사 터를 찾고선 흔연欣然해져 넋을 잃은 작가는 말한다. "겨울이고 저물녘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봄이나 여름이나 가을이고, 새벽이나 한낮이라도 나름의 정취는 고스란했을 테다. 예술품에 '완벽하다'는 말이 쓰일 수 있다면 석굴암에 그러할 거라 했는데, 폐허에 '완벽하다'는 말을 쓸 수 있다면 황룡사지에 그럴 것이다." 그러면서도 못내 독자 혹은 청중이 믿기지 못한 듯 "그냥 가보시라, 황룡사지, 그토록 위대한 폐허"를 부르짖는다. 무엇이 이토록 그를 매료했을까? 그는 말한다. "화려했던 과거를 되짚을수록 현재의 폐허는 허무로 깊어진다." 상술하기를 "거대한 초석들 위에 세워졌을 거대한 기둥은 온데간데없다. 사라진 영화, 사라진 신전 앞에 머리를 조아릴 필요는.. 2022. 12. 8.
경관景觀, 우연이 빚어낸 착시 - 경주의 경우 경관景觀이란 말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아래와 같이 두 가지로 푼다. 「1」 산이나 들, 강, 바다 따위의 자연이나 지역의 풍경. 경관이 빼어나다. 설악산의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2」 『지리』 기후, 지형, 토양 따위의 자연적 요소에 대하여 인간의 활동이 작용하여 만들어 낸 지역의 통일된 특성. 자연 경관과 문화 경관으로 구분한다. 간단히 말해 경치景致 혹은 풍치風致라는 말이다. 그 말이 무엇이건 이건 어울림이 빚어내는 모습을 말하며, 그 어떤 경우에도 그것이 찬탄을 자아냄을 말한다. 영어로는 랜스케입 landscape 이라는 말이 애용되며 그 유사어로 scene이니 scenery며 view, 혹은 outlook, 혹은 panorama, 혹은 prospect, 혹은 sketch, 혹은 vista와 .. 2022. 9. 20.
초록초록하였던 9월 진평왕릉 2022.9.17(토) 국제문화재산업전으로 나흘동안 화백컨벤션센터에만 갖혀있는게 안쓰러우셨는지 김태식단장님께서 잠시 드라이브를 시켜 주셨다. 점심먹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진평왕릉. 경주에서는 웨딩촬영지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알겠다. 초록초록한 나무들 사이로 흰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환한 미소로 서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뭐 예쁘게만 나온다면 배경이 무덤이면 어떠하리! ㅎㅎㅎ 진평왕릉 경북 경주시 보문동 608 진평왕릉 : 네이버 방문자리뷰 21 · 블로그리뷰 235 m.place.naver.com 2022. 9. 17.
慶州は母の呼び声 (森崎和江) 필자가 속한 일본어 강독반에서 택한 다음은 森崎和江라는 분이 쓴 "慶州は母の呼び声"라는 책이다. 필자는 해방전 식민지 조선에서 살던 일본인이라는데, 당시 조선에 나와 살던 일본인 시각에서 바라본 식민지 당시의 조선의 모습을 볼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P.S.) 사실 일본인이라도 한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랐다면 본토의 일본인과는 조선에 대한 정서가 달랐을 것이다. 남아프리카의 Afrikaner를 보면 네덜란드에서 이민 온 후 수 세대를 거치면서 완전히 현지화하여 자란 고향에 대한 정서가 강한 것을 보는데 이들이 정치적 불안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를 결코 떠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서 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람들에게는 남아프리카는 고향이지 외국이 아닌 것이다. 사실 이런 사람들 자신.. 2022. 7. 6.
21세기 경주 농경지 구획은 천오백년 전 신라시대 도시구획이다 경주 분지 중앙을 기준으로 동쪽에 정좌한 낭산은 해발이라 해 봐야 기껏 99.5m에 지나지 않는 야산이지만, 신라시대에 신성히 여긴 곳 중 하나라, 그런 흔적이 지금도 곳곳에 남았으니 선덕여왕릉을 중심으로 사천왕사와 창림사, 능지탑, 그리고 황복사지 삼층석탑이 그것을 웅변한다. 간단히 말해 그 반대편 서악 선도산이 그렇듯이 이곳 역시 귀신을 위한 공간이었다. 그런 까닭에 그 능선을 중심으로 사후 추념 공간이 집중으로 들어섰다. 다만 그 주변 일대가 구체로 어떤 양상인지는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으니, 이걸 일변한 것이 신라시대에는 황복사라는 절이 있었다고 간주하는 주변 구역에 대한 조사였다. 이건 자료를 뒤져봐야겠지만, 예서 그럴 계제는 아니고 본론에는 벗어나므로, 2000년대 이래 경주시에 의한 발굴조사.. 2022.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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