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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흠순14

딸을 과부로 만든 김유신 (2) 약발은 셀수록 좋다. 이참에 반드시 백제는 인류 역사에서 종적을 말살하고 말리라고 결심은 굳힌 신라는 5만이라는 대군을 동원해 사비성을 향해 나아갔지만, 황산벌에서 계백에 이끄는 5천 군대에 발목이 잡혔다. 네 번 싸워 네 번을 진 신라군 수뇌부에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으니, 분기탱천을 유발하는 전술을 강구했다. 이에서 66세에 이른 노회한 총사령관 김유신이 택한 방법은 그 분기탱천이 최대한 ‘약발’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주 괜찮은 놈을 희생시킨다는 것이었다. 아마 이 전쟁에 그의 아들들은 참전하지 못한 듯하다. 나는 이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때까지 성년에 이른 그의 유일한 아들은 삼광三光이었다. 하지만 삼광은 이 무렵 당군에 가담해 그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 듯하다. 황산벌 전투에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왜 김.. 2023. 12. 27.
딸을 과부로 만든 김유신(1) 풍월주 김흠순 삼국사기 권제47 열전 제7이 내세운 인물 중 김영윤金令胤 전기는 실은 김영윤을 중심으로 그의 아버지 김반굴金盤屈, 그의 할아버지 김흠춘金欽春에 이르는 3대에 걸친 가문 전기물이다. 물론 주인공은 김영윤인 까닭에 그의 아버지와 조부는 간략히 생애가 언급된다. 하지만 비록 짧은 분량에 지나지 않으나, 이를 통해 반굴과 흠춘에 대한 생애의 몇 가지 중요한 단락을 우리는 보충한다. 먼저 김영윤을 본격 다루기에 앞서 등장하는 반굴과 흠춘은 행적이 다음과 같다. “김영윤은 사량沙梁 사람으로 급찬 반굴盤屈의 아들이다. 할아버지 각간 흠춘欽春[혹은 흠순欽純이라고도 한다.]은 진평왕眞平王 때 화랑이 되었는데 인덕이 깊고 신의가 두터워 뭇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 장성하자 문무대왕이 발탁하여 재상으로 삼았는데, 임금을 충.. 2023. 12. 27.
너무 잘난 형을 둔 흠순欽純 (6) 블루칩을 투자하는 수망택주水望宅主 염장廉長은 같은 가야 혈통이기는 하지만 금관가야 계통인 김유신-김흠순 형제와는 달리 지금의 경북 고령에 기반을 둔 대가야 계통이다. 그럼에도 묘하게도 가야라는 동질 의식을 공유했으니, 이 점이 실로 묘하다. 김유신만 해도 훗날 일통삼한을 달성한 뒤에는 대가야 혈통인 문노文弩를 추앙해 그의 화상을 포석사에 모시기도 했으니, 군사 분야에서 혁혁한 전과를 냈다는 그것 말고도 짙은 가야 동질 혈통 의식이 작동했다. 염장은 595년생인 김유신보다 아홉살이나 많은 586년생이라, 그럼에도 모든 면에서 유신에 밀렸다. 그가 뛰어넘기에는 유신은 너무나도 백그라운드가 막강했다. 그래서 화랑도 유신이 먼저 했다. 하지만 유신한테 뒤졌지 당대 신라를 통털어 염장 역시 막강한 후광을 등에 엎은 금수저 출신이었다. 또 다른 여.. 2023. 6. 19.
너무 잘난 형을 둔 흠순欽純 (4) 지방 떠돌며 전쟁만 기다리는 동생 낭비대첩을 대승으로 이끌고 화려하게 귀환한 형과 아버지를 한없이 부러운 듯이 바라보며 분을 삭이지 못한 흠순은 춘추의 뒤를 이어 대권을 거머쥐어 제19대 화랑이 되긴 했지만, 의욕상실증에 걸리고 말았으니, 낭정郎政이 들어올 리 만무했다. 그리하여 교단 운영은 패대기치고는 짐을 싸고는 부모 형님, 그리고 그 절세가인 마누라한테 빠이빠이 나 댕기온데이, 오데 가는지는 묻지 마레이, 서늘해지마 돌아오겠구마 하는 말을 남기고는 표연히 길을 나섰으니, 그렇다고 그가 따로 갈 데를 정한 것은 아니었으니, 그런 점에서 그는 방랑객 김삿갓 대선배이기도 했다. 마침 그때가 한반도는 전쟁의 시대라, 화랑과 그를 따르는 낭도들도 전장에서 공을 세우기 좋아하는 시대 흐름이었으니 그 현상을 흠순공 전은 이렇게 말한다. “대개 .. 2023. 6. 16.
너무 잘난 형을 둔 흠순欽純 (3) 너무 다른 형제 잘난 형한테서 동생이 살아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통적으로 선호한 방식이 다르게 가기다. 김유신이라는 걸출한 형을 둔 김흠순이 딱 이랬다. 아, 이를 보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사안이 있다. 동생이 형을 어찌 생각했느냐다. 나는 앞서 누차에 걸쳐 내가 친한 영웅은 없다는 말 입이 아프도록 했으며, 그 대표가 예수였다는 말도 지겹게 했다. 내가 속속들이 아는 사람이 어찌 나한테 영웅일 수 있겠는가? 볼 거 안볼 거 다 본 처지에 나랑 똑같은 그가 어찌 나를 이끄는 영웅이 되겠는가? 화랑세기 흠순공 전에 보이는 대목이다. “사람들이 모두 유신공을 두려워하고 공경했지만 공만은 홀로 그러지 아니하면서 이르기를 ‘어리석은 형이 무에 두려운가?’” 어때? 내 말이 딱 맞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흠순은 .. 2023. 6. 16.
너무 잘난 형을 둔 흠순欽純 (2) 상처가 된 낭비대첩 7세기 한반도는 사생결단하는 전쟁의 시대였다. 삼국이 서로, 혹은 밀착하고선 그 외부 세계까지 끌어들여 어느 하나를 종말하고자 하는 시대였으며, 그 궁극하는 귀결이 신라에 의한 일통삼한이었음을 우리는 안다. 백제 함몰이 있기 전 신라는 고구려와 대판하는 전쟁에 돌입하곤 했으니, 7세기 전반기 낭비 대전娘臂大戰은 개중에서도 양국이 전력을 투입한 총력전이었다. 이 전쟁은 신라에 의한 도발이었다. 즉위 50주년을 몇 년 앞둔 건복建福 46년, 서기 629년 스산한 가을 기운이 한반도를 감돌기 시작한 그해 8월, 이 작전을 치밀하게 준비한 신라왕 김진평은 마침내 대군을 일으켜 고구려를 정벌하라는 명령을 발동한다. 신라가 이 전쟁을 어찌 생각했는지는 그 화려한 수뇌부 진용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총사령관에는 이찬..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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