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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9

정독은 다독을 이길수 없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독은 다독을 이길수 없다. 조선의 인문학이 에도시대 일본에게 뒤쳐진 이유이며, 인간 기사들이 알파고에게 패한 이유이기도 하다. 정독은 다독을 절대로 못 이긴다. *** 편집자注 *** 필자가 인용한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은 독서를 백편 하면, 의義가 저절로 드러난다는 뜻이라, 이는 아무리 어려운 말 혹은 개념이라도, 두루 독서를 하다 보면 그 의미를 자연히 알게 된다는 뜻이다. 저 말이 우리 세대에는 고등학교 유일 국정교과서였던 국어 교과서에 수록한 양주동 선생의 기하幾何, 몇 어찌라는 글에서 인용함으로써 더욱 입에 착착 붙게 되었으니, 이 글이야말로 신학문을 접한 우리네 1세대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우뚝하게 증언하니 서당에서 공부랄 것도 없는 형편없.. 2023. 3. 6.
전공 책 읽지 마라, 공부를 위한 독서 추천 툭하면 문화재 타령, 혹은 역사 타령 일삼는 나를 두고 매양 사람들이 내가 그와 관련한 공부 혹은 전철을 밟지 아니했을까 묻지만, 다시금 말하지만 나는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이라, 그와 아주 동떨어졌다 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썩 생소한 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길을 걸었다. 나는 막연하기는 하지만 언제까지는 문학도였고, 그 희미한 꿈이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아주 없어지지는 아니해서 스멀스멀 그때의 꿈이 아련하기도 해서, 그 흔적이 이래저래 묻어나기도 한다. 그래, 나는 제대로 아는 건 없지만 셰익스피어를 좋아하며,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혹닉한다. 그래서 저들이 남긴 혼이라도 잡지 아니할까 하는 헛된 꿈을 안고서 스트라퍼드 오폰 에이븐을 밟았고, 그리 꿈에 그리던 Sligo를 가서는 감격에 계워 죽는 .. 2023. 1. 24.
다른 학문 성과를 보라 내가 남의 논문 읽지 않는다. 읽지 말라 하니깐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없지는 않은 듯하다만, 학문하는 사람은, 막스 베버 표현을 빌리자면 이른바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하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자기 분야 전공자들이 쓴 것보다는 다른 학문 분야가 이룩한 성과를 보는 것이 훨씬 얻은 편이 다대하다. 자기 분야 전공 글이라고 해봐야 맨 그 나물에 그 밥이라, 매양 하는 말이 똑같아, 정저지와井底之蝸를 방불하거니와 얻을 것이 없다. 소위 한국사를 예로 들건대, 한국사에서 얻을 것은 내 장담하지만 단 하나도 없다. 삼국사기 삼국유사 아무리 쳐다봐라. 새로운 논문 나오나. 안 나온다. 그 시간에 중국 일본 양놈 혹은 인도 동남아 글 읽어라 외려 그에서 격발하는 바가 다대하다. 나?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 2021. 1. 1.
주희가 말하는 독서법 “책을 읽을 때는 먼저 일정한 진도를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딱 농사일과 같으니, 농토에 논두렁을 두는 것처럼 한다. 학문을 하는 것도 역시 그러하다. 오늘날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이 이치를 알지 못하니, 처음에는 매우 민첩하다가 점점 게을러져, 결국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단지 처음에 일정한 진도를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讀書不可不先立程限. 政如農功, 如農之有畔. 爲學亦然. 今之始學者不知此理, 初時甚銳, 漸漸懶去, 終至都不理會了. 此只是當初不立程限之故.]" 《주자어류》 권10 〈學4 독서법 상〉 2020. 12. 22.
차기箚記와 인용, 그리고 표절 읽겠다 해서 방바닥에 쌓은 책이다. 좀 있음 도저히 걸리적거려 치우게 될 운명이다. 책만 잡았다 하면 그대로 골로 간다. 체력 저하 나이 탓 그리고 독서를 방해하는 '기사 왔습니다' 하는 알림 등등의 이유를 생각해 본다. 《장거정》은 통독하고 물려놓았으니 군데군데 내가 요긴하다 생각한 곳은 표시를 해두었거니와 그것들을 적당한 형태로 갈무리해 두어야 나중에 혹 쓰임이라도 있다. 이를 차기箚記라 하며 이 차기가 끝나야 온전히 비로소 저 책은 내것이 된다. 개중 괜찮다 하는 걸로 이건 딴 사람도 알아두었음 하는 것들은 적당히 공유도 한다. 이리 싸질러놓음 나중에 어떤 이는 꼭 이용하더라. 한데 그런 이용 중에서도 지가 찾아낸양 하는 짓이 태반이라, 이걸 나는 도둑질이요 표절이라 부른다. 그런 양태가 너무 많다.. 2020. 8. 20.
멀어져간 책과 책들 김영문 옹이 옮긴 신간이다. 내가 존경하는 지인인 까닭에 이런 분들 책은 되도록이면 소개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언제까지는 부족하나마 그리 했다. 내가 보고서 인상 깊은 책, 내가 이렇게나마 그 지음으로 갈음하고 싶은 책은 부족하나마 얼추 이런저런 방식으로 소개하곤 했다. 그게 어느 정도는 가능했던 까닭은 내가 지독한 책벌레였기 때문이다. 나한테 책은 하루도 아니요, 한 시간도 떼어놓을 수 없는 마약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턴 전연 이런 데서 내가 손을 떼고 말았으니 대략 오십줄에 들어설 무렵이 아닌가 한다. 심각해진 노안 탓도 있고, 그와 동반한 급격한 체력 저하 등등으로 더는 오래도록 책을 붙들 수 없었으니, 그 무렵부터 책이 자동 수면제라, 펴서 보기 시작한지 30분이 채 되지 아니해서 스르르 .. 2020.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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