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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7

푸른 하늘 끝을 묻는데 허공으로 사라지는 새 한시, 계절의 노래(323) 봄날 절구 여섯 수[春日六絶句] 중 둘째 [송(宋)] 양만리(楊萬里, 1127 ~ 1206) / 김영문 選譯評 봄날 취함은술과 관계 없고 교외 거닐며길도 묻지 않네 푸른 하늘은어디서 끝날까 하얀 새가허공으로 사라지네 春醉非關酒, 郊行不問塗. 靑天何處了, 白鳥入空無. 어린 시절 연을 날릴 때 바람이 좀 세게 불면 자주 연줄이 끊기곤 했다. 줄이 끊긴 연은 너풀너풀 땅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더러는 푸른 하늘 저편으로 가뭇없이 사라지기도 했다. 하얀 점이 되어 사라지는 연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게 저 산 너머에 내가 꼭 가야만 할 어떤 곳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했다. “저 산 저 멀리 저 언덕에는/ 무슨 꽃잎이 피어있을까/ 달이 뜨며는 해가 지며는 꽃은 외로워 .. 2019. 4. 29.
더딘 봄을 촉급하며 한시, 계절의 노래(299) 봄날 흥취 열두 수 중[春日漫興十二首] 둘째 [明] 설혜(薛蕙, 1489~1541) / 김영문 選譯評 풀 새싹 반쯤 돋아푸릇푸릇 벽옥 빛 꽃술도 처음 열려담홍색 은은하네 어떻게 황금 얻어북두까지 높이 쌓아 청제에게 모두 보내동풍을 사오리요 草芽半吐參差碧, 花蕊初開淺淡紅. 安得黃金高北斗, 盡輸靑帝買東風. 물론 시인이 이 시를 쓰면서 황금으로 동풍을 사올 수 있다고 믿은 건 아닐 터이다. 아직도 문학적 비유를 펙트 체크하며 시를 감상하는 분들은 안 계시리라. 너무나 발걸음이 더딘 봄을 더 빨리 맞이하기 위한 조바심이 이 비유에 내포되어 있다. 고귀(高貴)한 봄이라고 할 때의 고귀(高貴)에는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값비싼 보배라는 뜻도 들어 있다. 그 값비싼 보배는 컬러풀하다. 겨.. 2019. 3. 13.
나 찾다 흙묻은 호미 보거덜랑 봄날 -김용택- 나찾다가텃밭에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예쁜 여자랑 손 잡고매화꽃 보러 간 줄 알아라 2019. 3. 4.
백거이 대림사 복사꽃[大林寺桃花] 대림사 복사꽃[大林寺桃花]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譯 인간 세상 4월이라 온갖 꽃 다 졌는데 산사 복사꽃은 비로소 흐드러지네 떠난 봄날 찾지 못해 길게 탄식했더니 이곳으로 돌아든 줄 내 일찍 몰랐다네 人間四月芳菲盡 山寺桃花始盛開 長恨春歸無覓處 不知轉入此中來 *** (台植補) ***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가 46세 때인 원화元和 12년, 서기 817년 초여름 4월에 지금의 강소성 구강九江에 소재하는 강주江州에서 강주사마江州司马로 근무하면서 노산庐山이라는 산상에 있는 명승 사찰인 대림사大林寺라는 곳에 올라 마주한 풍물을 즉흥시로 읊은 7수 중 하나로 절창으로 통한다. 이때면 이미 봄꽃은 다 지고 없을 때지만, 이곳은 산상이라 이때서야 이곳에서는 복사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그에 격발한 것이다. 이 시에 얽힌 .. 2018. 8. 27.
쏘가리는 살이 찌는데 찔레는 만발하고 한시, 계절의 노래(42) 시내 마을 즉흥시[溪村卽事] 두 수 중 둘째 [남송(南宋)] 왕자(王鎡, ? ~ ? ) / 김영문 選譯評 깊은 봄 물 따뜻해쏘가리 살찌는 때 바구니 찬 산골 아이고사리 캐 돌아오네 산길 내내 꿀벌 소리끊임없이 들리나니 가시 달린 찔레꽃이산천 가득 피어 있네 春深水暖鱖魚肥, 腰筥山童采蕨歸. 一路蜜蜂聲不斷, 刺花開遍野薔薇. 쏘가리 살찌는 때에 왜 고사리를 캐는가? 쏘가리는 한자어로 궐어(鳜魚)다. 고사리는 한자어로 궐(蕨) 또는 미(薇)라고 한다. 궐어(鳜魚), 채궐(采蕨), 야장미(野薔薇)의 연결이 교묘하다. 봄이 깊어 시냇물이 따뜻해지면 쏘가리가 살찐다. 같은 때 산중에는 고사리가 살찐다. 보릿고개에 이 두 먹거리를 섞어 끓이면 무엇이 될까? 또 이 시절엔 온 산천 가득 찔레꽃.. 2018. 5. 25.
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는 손주 한시, 계절의 노래(24) 여름 시골 온갖 느낌[夏日田園雜興] 일곱째 [송(宋)]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낮엔 나가 김을 매고밤에는 베를 짜고 시골에선 아이조차집안 일 맡아 하네 어린 손주 아직은밭 갈거나 길쌈 못해 뽕나무 그늘에서오이 심기 배우네. 晝出耘田夜績麻, 村莊兒女各當家. 童孫未解供耕織, 也傍桑陰學種瓜. (2018.05.07.) 시골에서 자라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도우며 농사를 배운다. 꼴 하고, 김매고, 피 솎고, 나무하고, 보리 베고, 감자 캐고, 고추 따고, 소 먹이고, 모심고, 나락 베고, 지게 지고, 타작하는 등등의 일을 몸에 익히면서 자란다. 쟁기질은 남자로서 마지막에 익혀야 할 일인데, 쟁기의 무게와 소의 힘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므로 대개 10대 후반에.. 2018.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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