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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3

지구가 망해도 살아남을 오동 지구가 쫄딱 망해도 그런 날이 온다 해도 다른 행성으로 옮아 탈 식물로 오동 만한 이 있을까? 이 오동 속성수라 그 빠름은 대나무에 버금하고 미류나무를 능가하며 다만 저들도 따를 수 없는 경지가 있으니 무지막지한 번식력이라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정착하지 않는 데가 없어 아스팔트 흠집난 곳에선 어김없이 오동이 피어난다. 이 무지막지한 번식에 견줄 만한 이로 칡이 있지만 그런 칡도 아스팔트나 공구리를 뚫지는 못한다. 지구가 망해도 오동은 살아남는다. 저 머나먼 안드로메다 어디에도 오동은 자라고 있음에 틀림없다. 계전의 오엽이 이추성할 날도 머지 않았다. 2023. 6. 6.
벌써 가을을 신음하는 오동 주자의 글이라 하지만 그렇다는 증거가 없는 권학문勸學文으로 고문진보 첫머리에 실려 익숙한 감계문으로 계전오엽階前梧葉이 이추성已秋聲하니 일촌광음一寸光陰이라도 불가경不可輕하라는 일갈이 있거니와 하필 섬돌계단에서 자라는 오동으로 비유를 삼은 까닭은 알 수 없지만 가을의 전령으로 그 빠르기가 오동만한 것도 드무니 이 오동은 한여름이 고비를 넘길 즈음 벌써 진뜩함이 잔뜩한 열매를 내거니와 담배 이파리만한 그 잎은 실은 지는 줄도 모르게 퍼런 상태서 시들시들 지고 만다. 이 오동은 단풍이 없어 보통은 벌레가 들어 툭 떨어져 사라지고 마는데 참말로 희한하게도 그런 오동이 남긴 목재는 좀이 슬지 않고 뭇 엇보다 가벼워 가구재로 애용하기도 했으니 물론 순식간에 자라는 바람에 올해 싹이 내년엔 벌써 목재라 가볍기는 하나 .. 2021. 8. 8.
중이 날짜는 알아 뭣에 쓰건디? 산승의 시축에 쓰다[題山僧軸] [조선] 정철(鄭澈, 1536~1593) / 기호철 譯評 무슨 날인지 중이 알아 무엇하리 산에 핀 꽃이 사계절 기억하거늘 때론 푸른 하늘구름 속에서 오동잎 보며 앉아 시나 쓰소 曆日僧何識? 山花記四時。時於碧雲裏, 桐葉坐題詩。 오동잎 보며 시를 쓴다는 것은 북위(北魏) 고조(高祖)가 원림에서 신하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는데 오동나무 잎이 무성하자 신하들의 훌륭한 덕과 모습을 찬미한 시를 지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魏書 卷21下 彭城王傳》) 이에서 유래해 후대에는 모춘(暮春)에 신하들이 모여 연회함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당(唐)나라 두목(杜牧)의 〈제동엽시(題桐葉詩)〉에 “강가 누각에서 오늘 돌아가는 제비를 보내노니, 바로 작년에 나뭇잎 보며 시를 쓰던 때로다.〔江樓今日送.. 2018.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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