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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6

한글박물관이 조우한 꽃바람 더디다 원망한 서울의 봄도 성큼성큼 공룡마냥 쿵쾅쿵쾅 딛기 시작했으니 참꽃이 송알송알 송이송이하다. 한 발짝 옮기니 뒤켠엔 물컹물컹 노랑이 흥근빽빽이라 고름마냥 그 이름 요상한 히어리라 이름 보건대 히딩크랑 동성동본인갑다. 돌아서려는데 나도 좀 봐달라 하는 이 있어 나 요샌 세정이 아님 안 봐 했더니 난 미선인데 벌써 날 잊었나 원망 가득이라 고개 들어 하늘 보니 한글이 우뚝 하네? 2022. 3. 28.
참꽃, 철쭉의 건너편 일전에 말했듯이 우리 동네에선 진달래라는 말이 없었다. 오직 참꽃 혹은 그 변형인 창꽃이 있을 뿐이었다. 진달래는 수입품이다. 북쪽에서 내려온 말이다. 그 수입산은 출처가 본명 김정식, 필명 소월이란 자인데 질근질근 질펀히 짓밝는 대상으로 삼은 그의 시 한 편에서 유래한다. 뿌리야 어떻든 진달래가 참꽃이라면 거짓꽃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아무도 던지지 아니했다. 진달래가 참꽃인데 견주어 왜 철쭉은 거짓꽃이라 하는가? 그것은 식용 여부 때문이다. 요새도 참꽃전을 부쳐먹거니와, 두 꽃이 갈라지는 지점은 식용성이다. 꽃 기준으로 진달래는 독이 없어 다양하게 먹는다. 나 역시 참으로 많이도 따먹었다. 그것이 허기에 도움이 되겠느냐마는 먹을 게 없던 시절이라, 이맘쯤 한창 물이 오른 소나무 중기를 잘라 껍데기 벗.. 2020. 4. 13.
참꽃, 그리움 되어 아롱한 붉음 물컹한 봄이 꽃 중의 꽃 참된 꽃 참꽃을 흐드러지게 피운다. 소나무 사이 비집고 짓이긴 햇살에 붉음은 고움이 되어 정념으로 불탄 가슴 그리움 되어 아롱아롱하다. 경주 경덕왕릉 소나무 숲이다. Azalea digging through a pine forest, Gyeongju photo by oh seyun 2020. 3. 26.
참꽃, 두견새 울음 속에 잡아둔 봄빛 한시, 계절의 노래(305) 진달래에 흥이 겨워[杜鵑花漫興] [明] 장헌익(張獻翼) / 김영문 選譯評 꽃잎마다 잎새마다 향기를 머금은 채 아침마다 저녁마다 고운 경치 길게 잇네 무슨 일로 강남 땅에 봄이 다 가려는데 두견새 울음 속에 봄빛을 잡아두나 花花葉葉正含芳, 麗景朝朝夜夜長. 何事江南春去盡, 子規聲裏駐年光. 전설에 의하면 진달래는 두견새 피울음이 맺힌 꽃이다. 중국 상고시대 촉(蜀)나라 왕 두우(杜宇)가 원통한 한을 품고 죽어 두견새로 변했고 두견새 피울음이 진달래꽃에 배어 봄산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인다는 것이다. 역대로 두견새나 진달래를 읊은 시는 거의 대부분 두우 전설에 기댄다. “두견새 울음 속에 봄빛을 잡아둔다”는 이 시 모티브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시는 두견새의 원한보다는 고운 진달.. 2019. 4. 1.
가을산불 같은 철쭉 한시, 계절의 노래(8) 감흥 절구[遣懷絶句] 넷째 수(其四) [明] 고린(顧璘, 1476~1545) / 김영문 選譯評 계곡물 차가운데창포 푸르고 산속에 봄이 와서철쭉 붉었네 봄풀은 가을끝 산불인가깜짝 놀라고 나무들도 한밤 바람싫어한다네 澗冷菖蒲翠, 山春躑躅紅. 草驚秋盡火, 樹厭夜深風. 나 어릴 때는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참꽃이라 불렀다. 제일 중요한 차이는 참꽃은 먹을 수 있고, 개참꽃은 먹을 수 없다는 점이다.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사실이기에 호기심 많은 어린 시절에도 감히 개참꽃을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꼴을 하러 다니며 소가 먹을 수 있는 풀과 먹을 수 없는 풀을 구별하면서 자랐으므로 개참꽃을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개참꽃.. 2018. 4. 21.
진달래에 질식한 참꽃, 소월 타도를 외치며 시위로 점철한 80년대 대학가에 느닷없이 김소월 열풍이 인 적 있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 운운하는 그의 시구가 어찌하여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뒷받침하는 선전구호가 되었는지 나로서는 참말로 기이하기만 하다. 본명 김정식인 그의 시 자체에는 그 어디에도 이런 저항성이 없다. 하기야 고전은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하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고전은 시대를 복무하는 어용이다. 한데 그의 이런 시는 그 전에 이미 국어교과서에 실려 인구에 회자했거니와, 그러는 와중에 진달래의 폭력시대가 도래했다. 경상도 소백산맥 중턱 산골 출신인 나는 어릴 적에는 진달래가 무엇인줄도 모르고 자랐다. 이 진달래를 우리는 '참꽃' 혹은 그 변질로 봐야 할 '창꽃'이라고 했다. 저 꽃은 이보다 조금 뒤에 피기 시작하는 찐득찐득.. 2018.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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