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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악2

비 되어 날리는 꽃 서러워 한시, 계절의 노래(302) 꽃을 곡하다[哭花] [唐] 한악(韩偓. 842?~923?) / 김영문 選譯評 향기로운 꽃망울늦게 필까 근심 했더니 지금 벌써 요염한 홍색땅에 져서 시들었네 정이 있는 사람이면어찌 울지 않으랴 한밤중 비바람 불 때서시를 장송하네 曾愁香結破顔遲, 今見妖紅委地時. 若是有情爭不哭, 夜來風雨葬西施. 꽃이 피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꽃비를 뿌린다. 꽃비는 꽃의 죽음이다. 찬란하지만 애잔하다. 지는 것이 모두 그러하다. 우리의 꽃 시절도 쏜살 같이 지나갔다. 개화(開花)가 있으면 낙화(落花) 또한 피할 수 없다. 꽃이 피거나 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지만 우리는 꽃이 피면 기뻐하고 꽃이 지면 슬퍼한다.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청춘을 아쉬워하듯 분분히 쏟아지는 꽃비를 가슴 아파한다. 《홍루몽』 가.. 2019. 3. 18.
술에서 깨어나니 배 가득 쌓인 눈 한시, 계절의 노래(260) 술에 취해[醉著] [唐] 한악(韓偓) / 김영문 選譯評 일만 리 맑은 강일만 리 하늘 한 마을 뽕나무한 마을 안개 취해 자는 어부 영감부르는 사람 없어 정오 지나 깨어나자배에 가득 눈 쌓였네 萬里淸江萬里天, 一村桑柘一村煙. 漁翁醉著無人喚, 過午醒來雪滿船. 이런 시는 해설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시 자체로 더 덧붙일 게 없기 때문이다.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속에 시가 있다(詩中有畵, 畵中有詩)”는 정경을 그대로 느끼면 된다. 그냥 그대로 한 폭의 유토피아다. 그런데도 우리는 시를 읽으며 꼭 의심을 품는다. 만리장성이 일만 리인데 어떻게 마을 앞 강이 일만 리가 될 수 있나? 마을에 다른 나무도 많을 텐데 어떻게 뽕나무만 있나? 어부 영감이 고기도 안 잡고 술에 취해 .. 2019.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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