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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1546

쉰이 넘으면 學하는 生은 끝난다 나는 막스 베버가 말하는 직업적 학문 종사자에 속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일생 그 비슷한 언저리에 걸쳐 살아왔다는 것도 부인하고 싶진 않다. 이런 내가 근자 몇년 동안 뼈져리게 느끼는 바는 나이 오십이면 이젠 무엇인가 새로운 것들로 채우고 담금질 하는 때는 지났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배움은 끝났다. 그게 아니되고자 발악을 해 봐도 이 사회가 그리 나를 놔두지 않는다. 하긴 지금 내 사정이 그런 흐름을 더욱 강화하는 측면도 분명 있으리라. 그럼에도 내가 활동하는 공간들이 그간 내가 축적한 것들을 재가공하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으로 몰고간다. 요새 내가 우라까이라는 말을 부쩍 자주 쓰지만, 언젠가부턴 진짜로 우라까이가 점철하는 삶이다. 남들 보기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나, 나는 언제까지나 주린 하이애나.. 2024. 4. 2.
연녹색, 초봄의 특권 이 색깔은 년중 오직 이 무렵만 누리는 특권이다. 나는 다른 어는 색보다 이 빛깔을 혹닉한다. 뽕 이파리 잔뜩 머금은 누에를 채운 뱃살이 이런 색이다. 봄은 고로 파충류다. 2024. 3. 27.
Magnolia, the messenger of spring 올해는 유난히 느려터졌다는 봄을 하마터면 목련이 핀 줄도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 백수 되고서 집구석 박히는 일이 많아서인지 각잡고 거둥할 일이 별로 없고 또 그 흔한 저 꽃나무가 집 주변으로는 구경이 힘들어 더 그랬겠지만 저처럼 햇볕과 기온에 더 민감한 꽃이 없어 같은 매그놀리아라 하는데 뒤안의 그것과 볕이 잘 드는 앞마당의 그것은 개화 시기가 왕청나게 달라 뒤안에선 꿈쩍도 않는 봉오리가 앞마당에선 이미 만신창이 나서 흐물흐물 지기 십상이라 다행인지 흐드러지게 핀 저 꽃을 조우했으니 그래도 자발 백수 첫 해 봄은 여느 봄이나 마찬가지로 매그놀리아로 시발을 삼는다. 2024. 3. 27.
[aging] 수북히 쌓이는 약봉지 그 증상은 간단해서 각종 약물과의 쟁투다. 아직 혈압은 정상이라 혈압약은 복용하지 아니하지만, 기타 환갑 앞둔 사람들이라면 으레 복용하는 각종 약물이라는 약물은 다 일상으로 복용한다. 절대량으로 비교하면 그 복용하는 약물이 한 끼 식사에 맞먹을 정도다. 결국 평균수명은 약물에 힘입은 바이니, 백세시대란 곧 약물에 의지한 연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초창기 도교도들이 실패한 꿈이 21세기에 다시 살아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네가 꿈꾼 금단대약金丹大藥은 요원할지 모르지만, 혹 아는가? 그런 시대가 올지? 그리하여 세포 자체를 조금씩 교체해서 쭈그렁 피부가 아기 피부가 되는 세상이 오지 말란 법도 없잖은가? 늘어만 가는 약봉지에 이젠 내가 뭘 복용하는지도 모르겠다. 주는 대로 다 틀어넣으니 말.. 2024. 3. 26.
쐐기문자로 박힌 김태식 기원전 9~7세기 무렵 앗시리아 제국에서 사용한 표준 바벨어 쐐기문자로 표기한 김태식 윤성덕 박사 작품이다. 나 앗슈르제국부터 등장하는 사람이다. 2024. 3. 16.
없시유, 휴전선에 있겄지유 불과 며칠 전이었다. 흑두루미라는 놈들이 천수만에 그득그득하다며, 그 화려찬란한 광경을 어느 공중파 방송 메인뉴스에서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보면서 영 낌새가 이상하긴 했다. 논이기는 했는데, 그것을 전하는 기자 등때기 바로 뒤로 흑두루미가 버글버글하니 사람 신경도 쓰지 않고 쳐먹어대는 꼴을 보면서 아 저거 연출인데, 어느 지자체에서 일부러 논바닥에다가 곡물 잔뜩 뿌려주고 연출한 건데 하는 상념이 스치지 아니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 천수만 가면 암데서나 논바닥에 혹 저런 흑두루미떼 볼 수 있지 아니할까 하는 일말하는 기대를 품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이전에 약속한 대학 동창 둘과 어디로 바람 쐬러 가자 해서 몇 군데를 제안했더니, 태안을 가자는 데로 의견이 모아져 그쪽으로 행차길을 잡아 아침에 서울을.. 2024. 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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