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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0

팔기 위해 책을 찍은 에도시대 출판물 1. 에도시대 일본 고서들을 보면, 정말 이것은 팔기 위해 만든 책이구나 하는 점이 느껴진다. 압권은 책 표지 안쪽에 붙은 광고. 무예서나 온갖 잡학서들은 물론이고, 사서오경이나 탁본 법첩, 소설도 취급한다. 2. 개중에는 남효온의 이나 이황의 처럼 조선 사람의 작품도 끼어 있다. 이쯤 되니 그 책들이 얼마나 팔렸을지 궁금. 2023. 5. 30.
이규보의 명화감상 - 물꼬기 그림 편 고려는 475년간 이어졌다. 그동안 그림을 잘 그린 사람이 한둘이었겠냐만, 작품은 고사하고 이름 몇 자만이라도 역사에 남긴 이는 손에 꼽는다. 한국미술사의 할아버지라 할 수 있는 위창 오세창(1864-1953)이 남긴 서화가사전 에도 고려시대 인물은 별로 실려있지 못하다. 하지만 우리의 이규보 선생님은 그 점에서도 큰 도움을 준다. 곳곳에 그가 감상한 그림을 읊은 시가 실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 작자 이름을 밝히고 있고, 읽다보면 그림이 그려질 듯 내용도 퍽 구체적이다. 그래서인지 위창도 에서 이규보의 글을 적잖이 인용하고 있다. 자, 그러면 그중 하나를 읽어보도록 하자. 물은 물고기의 집이라 / 水爲魚所家 물 잃으면 솥 안의 생선이지/ 失則鼎中鮮 사람이 물 속의 고기를 그림에 / 人畫水中魚 솥.. 2023. 5. 26.
인력거꾼 김첨지 땡 잡은 날 일당이 고서 한 권 1. 1914년 조선고서간행회朝鮮古書刊行會에서 펴낸 군서대계본群書大系本 낱권 하나 값은 회원 3원, 비회원 4원이었다. 제법 고급 양장본이었다. 2. 1924년, 인력거꾼 김첨지가 어느 운수 좋은 날 번 일당이 2원90전이었다. 그나마도 1원은 선술집에서 눌러 곱빼기에 안주로 탕진(?)하고 또 얼마간은 설렁탕을 사오느라 써버렸지만. 3. 1932년 발간된 이마니시 류今西龍 편집 의 값도 3원이었다. 물론 연활자본이고 양장이다. 하지만 그렇게 썩 두꺼운 책도 아니고 사진도 없다. *** Editor's Note *** 이를 보면 백년 전 책값은 여전히 비쌌다.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예 출판본은 구할 수도 없어 내사본內賜本 하나 얻겠다고 줄을 섰다. 문맹률과 책값은 비례한다. 문맹에서의 해방은 책의 .. 2023. 5. 26.
백운거사 집에 목필화가 피었네 이규보 집에는 꽃과 풀, 곧 화초도 제법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그의 집 뜨락에 봄이 찾아왔다. 꽃봉오리가 붓끝을 닮았다 하여 목필화라고도 하는 목련이 어느새 꽃을 틔운 것이다. 고개 들어 한참 바라보다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부추 잎처럼 길쭉한 풀들이 자라났다. 옛날 중국 한나라 때 학자 정현이 제자를 기르던 곳에서 났다는 서대초다. 길고 질겨서 책을 묶는데 썼다는 풀, 거기에 붓을 닮은 꽃까지. 글자로서 몸을 살찌우고 술로 영혼을 먹일 우리의 백운거사는 금세 시 한 수를 지어냈다. 하늘이 무슨 물건 그리려 먼저 목련을 피게 했는지 좋구나 서대초와 더불어 시인의 뜨락에 심었음이 天工狀何物 先遣筆花開 好與書帶草 詩家庭畔栽 [주-D001] 목필화木筆花 : 신이화辛夷花의 이명. 《초사楚辭》 구가九歌에 “.. 2023. 5. 23.
과거 합격을 위해선 출신지 세탁쯤이야 나라가 점점 기울어가던 1879년(고종 16) 3월, 어떤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서 경과慶科를 치렀다. 그럴 때는 으레 변방 사람들에게 약간의 특전을 주곤 했다. 그것을 이용해서 급제하려고 한 사람이 있었다. 승문원 판교(承文院判校) 김병수(金炳洙)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이번 경과(慶科)에서 각자 도(道)의 이름을 쓸 때 이희당(李禧戇)은 제주(濟州) 사람이 아닌데도 속여 써서 방목(榜目)에 끼게 되었습니다. 벼슬길에 나서는 처음부터 감히 임금을 속이는 죄를 범하였으니 그대로 둘 수 없습니다. 속히 해당 형률을 시행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어찌 이같은 사습(士習)이 있단 말인가. 조정에서 이 지역에 뜻을 보인 것이 이로 인하여 미치지 못하였으니 더욱 통탄스럽다. 응당 처분이 있을 것이다." 하였.. 2023. 5. 18.
에블린 맥퀸 Evelyn McCune의 《한국미술사 The Arts of Korea》 저자 서명본 1. 다른 것들도 비슷하겠지만, 근대에 들어 한국사의 여러 분야에 외국인이 먼저 손을 대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대다수는 일본인 또는 서양인이었다. 한국미술사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독일인 안드레아스 에카르트(이분은 신부였다가 사퇴하고 결혼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나 일본인 세키노 타다시의 연구를 그 효시로 보곤 한다. 물론 시대와 역량의 한계가 뚜렷하지만, 앞으로 풍성해질 한국미술사 연구의 시작이란 의미는 충분히 가진다고 생각한다. 여기 소개하는 에블린 맥퀸 Evelyn McCune(1907~2012)의 《한국미술사 The Arts of Korea》(직역하면 '한국의 예술'쯤 되겠지만, 흔히 '한국미술사'라고 하는 모양이다)도 그런 초기 연구로서의 의미를 가지는 책이다. 2. 저자 에블린 맥퀸.. 202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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