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맘보다 종잡기 힘든 데가 바다 아닌가 싶다.
뭐 이런 말 썼다고 성인지 감수성이 모자라니 어쩌니 운위할지 모르겠으나 셰익스피어님 말씀이니 그런갑다 하고 지나가자.
섬에선 그리 사납던 바람이 한가운데로 나오니 그리 평안하다.
낙소스 떠나 산토리니 가는 선상
기온도 아주 좋아 볕을 등지고 앉으니 봄날 병든 병아리 같다.
등때기는 군불 때 아랫목마냥 따끈따큰하다.
누군가는 저 아래 선실 엔진실에서 고구마 굽고 있을 날씨다.
산토리니 카 렌트하고선 대기 중인 지인은 바람에 집까지 날아갈 판이라 하고 나 역시 늦게 나타난 대형 크루즈선 챔피언스2를 기다리며 귀때기가 순대 되지 않나 했는데 바다 한가운데가 이럴 줄이야?
춘배는 떠넘긴 아카데미 영업을 잘 하는지, 경주는 꼭두 복봉투 몇 장이나 팔았는지 영디기는 어디서 뭘 하는지
다들 복닥하는 일상이야 그네들 sns 세상을 통해 언뜻언뜻 비치기는 한다만
호수를 헤엄치는 오리마냥 다들 저 아래 심연에서는 먹고 살기 위한 버둥이 심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애써 즐거운 듯 행복한 듯 연기하는 인생이야말로 측은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오만우거지상 부러 쓸 이유는 없겠지만 말이다.
나?
그래 이런저런 잡생각도 나고 온지 엿새째인가인데 왜 집이 김천이 생각나지 않겠는가?
사람 마음 참 간사해서 첫날 둘쨋날 나름 신선함을 준 바다가 이젠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엿새 내내 바다만 보니 미칠 지경이다.
또 난 이번과 같은 잦은 뜀뛰기 메뚜기 여행은 질색이라 어디 한 군데 아지트 터잡고 그곳을 중심으로 왔다리갔다리를 선호하는 사람이라
대략 초장은 이래 채운 다음 뭍으로 나가 적당한 데 물색하고는 정착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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