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소스Naxos는 섬이 크다.
우리나라 섬들에 비교하면 제주보다는 아주 작지만 401㎢로 2등인 거제도와 약간 커서 430㎢에 이른다.
이 큰 섬에 상주하는 인구는 대략 1만9천 명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 면적에 견주어 인구가 적은 데는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광으로 먹고 산다. 낙소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 수도가 섬 이름과 같은 낙소스라, 이쪽에 저 인구 대부분인 1만4천 내지 1만5천명이 몰려 산다.
그 읍내라 해 봐야 실은 코딱지 만해서, 그 읍내 기준으로 돌아볼 만한 데는 내가 오늘 직접 해 보니 두 시간이면 너끈하다. 볼거 안 볼거 다 본다는 뜻이다.
이곳에 낙소스고고학박물관이라고는 있기는 한데, 동네 언덕배기 꼬부랑 골목길 따라 간 고가옥이라,
그 전시실이라 해 봐야 우리네 대학박물관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칸방이라,
도기를 중심으로 잔뜩 이곳 출토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해 놓기는 했지만,
그 전시진열장은 차마 눈뜨고 못봐줄 요량이라, 북한 박물관보다도 못하고,
우리네 70년대 대학박물관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략 30분이면 관람 끝난다.
촬영? 진열장이 저런데 무슨 제대로 촬영이나 되겠는가? 단념하는 게 좋다.
어차피 좋은 유물은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랑 마찬가지로 아테네국립고고학박물관에다가 죄다 뽑아갔다.
이곳 역시 베네치아 수중에 있었던지 베네치안 성벽이 남아있고 나아가 거리는 대단히 깔끔한 뼁끼칠 마을이라, 온통 하얀색으로 덫칠을 했으니,
그래서 무슨 한밤중 전설의 고향 월하의 공동묘지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뭐 남들이야 이쁘다 하겠지만 말이다.
어차피 섬 다른 데를 가지 못하니, 낙소스 읍내만 빈둥거리는 통에 도착 두 시간만에 돌아볼 곳은 다 돌아봤기에 남는 게 시간이라
바다가 훤히 들어오는 해변가 3층 호텔방에서 갖은 잡생각뿐이다.
고국에 두고온 가족 생각에 또 내가 해야 할 일을 도맡아 해야 하는 김충배한테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미코노스Mykonos를 출발하는 크루즈선 이용해 대략 한 시간 정도 남하해 낙소스 항에 닿으려니, 읍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그에 딸린 작은 섬 하나가 있어, 방죽으로 연결해 놓았으니,
그 정상에 우리네 일주문처럼 돌기둥 두 개만 덩그러니 남은 건축물 잔해가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박히는데 이곳이 아폴론 신전이 있던 형해라 한다.
낙소스 역사를 웅변하는 오직 단 하나의 기념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그만큼 이 기념물이 낙소스 읍내는 물론이려니와 낙소스 섬 전체 역사를 웅변하는 제1 기념비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 이 신전 잔해는 항구에서 지척이라 걸어서 10분 거리니, 이 얼마나 편리하고 좋은가?
현장 가서 확인하니 역시나 그 주변으로는 한 눈에 봐도 꽤 큰 규모를 자랑했을 신전 잔해 석조물들이 나뒹구는 장면을 보면,
이 신전이 한창 번성했을 저 고대 그리스시대에도 지금의 낙소스 읍내가 이 섬마을 주축이었음을 알겠다.
그런 도시가 있었으니, 그런 도시를 받침하는 신을 봉헌하는 저런 거대한 신전이 있지 않겠는가?
조금 있으면 해가 지리라.
저 신전 잔해를 배경으로 삼은 일몰 낙조 사진 한 장 건지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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