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바 터줏대감 되어가는 안종철 선생 말이 파도바에 왔으면 두 군데는 꼭 봐야 한다 추천한 데가 있으니
하나는
팔라초 보
Palazzo Bo
https://maps.app.goo.gl/y7T9eyeu8r6Syg6u6
다른 한 군데가
University of Padua Botanical Garden
Orto botanico dell'Università degli Studi di Padova
https://maps.app.goo.gl/DbkoPFP1Mz88afRh9
라는 데라 두 군데 모두 세계 최초를 표방하는 더라
전자가 세계 최초의 인체해부학교실임을 표방하고
후자가 세계 최초의 정원을 표방한댄다.
저 중에서 보타닉 가든은 체류기간과 개방 시간이 맞지 않아 건너뛰고 만다.
둘 다 이곳 유서깊은 파도학대학 소유가 지금은 되어 있다.
파도바대학 인체해부가 지닌 의미는 앞서 신동훈 교수께서 상세히 논했거니와
근대과학이 시작된 파도바 대학
관심 있는 분들은 앞 글을 클릭하셨으면 싶다.
이곳은 어제 오전에 찾았으니 숙소에서 도보 20분 거리라 느긋이 가니 아홉시 반쯤이라
티켓팅을 하려 했더니 첫째 티겟팅은 열시 시작이며 둘째 오직 가이드투어만 있다면서
그 운영시간대를 보니 열시반이 이태리어 가이드, 한 시간 뒤가 영어 가이드라 내가 이태리 까막눈임을 알고선 열한시반 타임을 추천하기에
그럴 여유가 없다. 이태리 가이드도 노 매터라 나는 오직 오톱시autopsy 룸 사진만 찍으면 되니 상관없다.
내 친구가 한국에서 해부학 교수인데 사진 잘 찍어오래서 사진만 찍음 된다.
하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따발총처럼 쏴대는데도 이 친절 예쁜 여직원 유창한 영어로 블라블라
이 건물이 지금도 쓰냐, 쓴다면 어떤 용도로 쓰냐 오톱시 룸은 이 건물 어디냐 하나도 귀찮다 하지 않고선 자제히 말해준다.
팔라초 보란 말할 것도 없이 이곳이 궁정으로 사용된 데서 말미암으니 현재 박물관화한 데는 전형적인 2층 ㅁ자형 콘크리트 건물이라
나중에 돌아보고서 알았지만 1층은 다른 학교 용도로 쓰는 모양이며 2층은 실상 박물관 겸 현재도 강의나 학교 행사와 같은 다용도로 쓰고 있었다.
그 2층에 실별로 각기 이름이 있어 하나가 대강당에 가까운 홀이요
다른 하나가 해부학 관련 교실이었다.
이 해부학 관련은 따로 소개키로 하고 위선 안내되어 들어간 데가 대강당이었다.
참 나는 결국 열시반 이태리어 가이드반에 들어갔는데 대략 일곱여덟 명이었다.
연세 잡수신 할머니가 가이드셨는데 만나자마자 계속 나만 쳐다보면서 이태리 말로 뭐라 하는데
같은 코스 동행한 젊은 커플이 마침 영어를 잘해서 통역해주는데
너가 이태리 말을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너를 위해 뒤타임 영어 안내를 하실 분이 곧 오셔서 너한테 해설을 할 것이다 하지 않는가?
이런 황송할 때가?
듣자니 투어는 사십분 정도 걸린다 했는데 우리가 나올 때 영어반이 바로 들어간 걸 보면 한 시간이 소요한다.
말한 영어가이드 선생님이 와서 반갑게 인사하고는 투어가 시작됐으니
참 친절하게도 이것저것 따로 나만 떼어내 밀착 가이드를 해주신다.
투어 대상 두 실은 평소엔 문을 잠가 놓는 모양이라 해설사가 문을 열어야 비로소 들어간다.
여타 할 이야기가 많으나 본론으로 간다.
이 대강당이 놀랍게도 갈릴레오 갈릴레이 홀이었다.
갈릴레이는 알고 보니 이곳에서 1592년 이래 1610년까지 물경 18년을 강의했다.
그 강의 장소가 바로 이 홀이라 한다.
갈릴레이는 학생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당시 이곳 지배자 베네치아 공화국 지원을 배경 삼아 이곳에서 지동설을 강의했다.
그러니 가톨릭에는 얼마나 눈엣가시였겠는가?
당시 갈릴레오는 인기 교수여서 그의 강의를 들으러 학생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한다.
그에다가 갈릴레오 자신도 한 이빨하는 야부리꾼이라 학생들을 휘어잡은 모양이다.
이 홀에 어느 정도 청중이 들어찰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크지는 않아 대략 이백 명은 너끈할 듯 했다.
더 놀라운 건 그 홀에 갈릴레오 podium이 지금도 남아 있다는 사실.
이 포디엄은 대형 목제 강의대라 계단이 있고 그 위엔 연단이 있다.
이것이 갈릴레오가 직접 강의한 그 연단이라 한다.
하도 학생들이 몰리는 인기 강연이라 선생이 더 높은 데서 강의하라고 학생들이 손수 짜서 만든 강의대라 한다.
내 대학시절을 상기하면 한태동 선생이나 김동길 선생 정도가 받을 극존경의 표현이었다 하겠다.
대강당은 지금도 각종 용도로 쓴다 한다.
그 천장에는 훗날 그린 장대한 벽화가 있어 지식과 지혜를 상징하는 두 여신? 이 있고
그를 둘러싸고 이 대학이 개설한 여러 학문을 상징하는 알레고리가 있으니 그 테두리를 장식한 인물 중에 당연히 갈릴레이가 들어있다.
이 홀 한 켠에는 그의 척추뼈인가 한 조각도 전시 중인데 진품은 학교 본부에서 관리하며 이건 복제품이라 한다.
갈릴레이는 실상 가톨릭에서 파문당한 까닭에 피렌체에서 죽어 그곳에서 장사했지만 대접이 엉망이었던 모양이라
훗날 성대히 장사를 치르면서 그 뼈 하나를 파도바대학이 확보했다 한다.
이 파도바대학은 그 연원이 앚ㄷㆍ 깊어 창립연도를 1222년으로 잡는다.
그네들 스스로는 볼로냐대학에 이은 세계 두 번째 대학이라 하는데 이건 논란이 극심하다.
파리대학이 가만 있을 리 만무하고 옥스브리지도 만만찮다.
하긴 그에 견주어 고구려 태학에서 연원을 구하는 성균관도 실상 웃을 일이 아니라 진짜로 저들어 견주어 뒤질 것도 없다.
암튼 파도바대학은 실은 볼로냐대학의 지나친 가톨릭 압제에 대항해 그에서 뛰쳐 나온 사람들이 만든 학교다.
결국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를 표방한 그 정신이 이 학교를 최초의 근대적 인체해부학 길로 인도하고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품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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