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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기자 해고를 최촉한 비행기 날개 사진 한 장

by taeshik.kim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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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내 계정 과거의 오늘에 오른 한 장면이다.

저 포스팅이 있은 2015년 7월 7일 그날 프랑크푸르트발 인천공항 종착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에서 착륙하기 직전에 찍은 것이라고 기억하는데

남영동 사저로 이동하는 공항 급행열차에서 페이스북에 탑재하지 않았나 한다.

당시 나는 그 말 많던 일본의 메이지시대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가 이뤄진 독일 본에서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현지 출장 취재를 끝내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이미 당시 박노황 적폐 경영진에 찍혀 그네들이 동원한 감사실에서 페이스북을 비롯한 내 개인 sns 계정까지 감시하던 터였으니, 나중에 징계위 때 보니 몇 년치 내 페이스북 계정 모든 포스팅을 인쇄해 놨더라.

또 그런 마당에 이미 탈법적인 인사조치까지 있었으니, 나는 당시 문화부 문화재 부문 예비전문기자라, 그 해촉도 사규가 규정한 절차가 있어 예컨대 그 해촉에 앞서 거쳐야 하는 여러 절차가 있으나 저놈들은 깡그리 그걸 개무시하고선, 내가 일찍 예정된 그 출장을 떠나기 직전 당시 문화부장 주종국을 통해 7월 1일자로 전국부로 발령날 것임을 통보했던 터였다. 

나는 니들 맘대로 하라고 개무시했으니, 특히 sns 계정은 보란 듯이 더 자극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 페북 계정은 해고가 되고서 해고무효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당시 전개되는 소송과 관련해 그 보안 차원에서 친구만 보기로 닫았는데, 이걸 또 저놈들은 억지를 부려서 캥기는 게 있어서 닫았네 마네 하고 설레발을 치는 모습을 보고는 기가 찼다. 

회사로 복귀해 새로 발령받은 전국부로 가서 근무를 시작했으니, 전국부 데스크라 해서 이쪽에서는 탱자탱자 놀려면 무한정 노는 자리였다.

하지만, 전국부로 쫓아내고 나서 각종 감시와 감시를 더 가하기 시작했는데, 그러는 와중에 친한 선배 기자가 어느날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다. 

"너가 무슨 경영진을 두고서 비행기 날개에 빨려들어가서 죽었으면 한다는 그런 포스팅을 한 적 있나?"

잉? 이건 또 무슨 소리냐며 자초지종을 물으니, 그 포스팅을 빌미로 너를 징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저 앞에 첨부한 바로 저 포스팅을 두고 말함이다.

하도 어디가 없어 "지랄하네, 지들 맘대로 하라고 두시오"라고 말았으니, 나중에 내 해고를 결정한 그 징계위에 출석해 보니, 징계위원이란 놈이 저 포스팅을 얘기를 꺼내면서 이것이 지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 소문은 사실이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방귀 낀 놈이 성 낸다고 지들 스스로도 지들이 나쁜 놈인 줄은 알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저 사진은 대체 무엇인가? 

비즈니스 좌석으로 귀국하면서 자다깨다를 반복하면서 항공사가 제공하는 영화를 몇 편 보는둥 마는둥 시청하게 되었는데, 하도 보다가 잠이 들고 마니,

기왕이면 나한테 익숙하면서도, 중간에 깨어서도 앞 부분 줄거리가 답답하지 않으면서 오락성이 짙은 영화를 골랐으니

그것이 바로 요새는 치매에 걸렸다 해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브루스 윌리스 주연 헐리우드 액션영화 다이하드였다. 

문제의 영화가 시리즈 몇인지는 아리까리하다. 찾아보면 되겠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 암튼 그 영화 결말은 윌리스가 악당 두목을 마지막에 이륙하기 시작한 비행기 날개죽지에서 처단하는 장면으로 대단원을 고하니, 윌리스한테 열라 얻어터진 그 악당이 나가 떨어져서 최후를 맞이한 지점이 저 날개 엔진이었다. 

영화는 흔연한 피를 튀기며 끝이 난다. 

그 잔영이 남아 마침 비행기 밖을 보니 저 장면이 보이는지라, 그것을 찍어 나중에 포스팅한 것이다. 

그래 저런 말을 할 때 내 마음 저층 어딘가에서는 당시 연합뉴스를 정권의 시녀로 전락케 한 당시 경영진이 한 켠에 자리잡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들은 분명 나쁜 놈들이니깐, 그런 심리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아주 잘라 말할 순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저 포스팅은 실로 단순했다. 영화를 보고서 그 영화 잔영과 오버랩한 풍광이 실로 묘해서 그것을 저리 구상화한 것이다. 

그런 사진 한 장과 그에 붙은 나쁜 놈 운운하는 구절을 빌미삼아, 결국은 그런 기자를 부당해고까지 몰고 갔으니,

그래서 나로선 저 장면이야말로 김태식 해고사에서는 그 해고를 최촉催促한 명장면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내 해고와 관련한 자료들을 정리하는 중이다.

그런 날더러 새삼스럽게 왜? 라고 묻지만, 회고록 원고 정리 차원에서라도, 그리고 훗날 희미해질 기억력을 부여잡는 증거 중 하나로써 그것들을 새삼스럽게 갈무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해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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