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몇몇 지인이랑 비슷한 맥락을 고민했다.
고고학? 문화재? 장사 안 된다. 이 선언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본다.
내가 좋은 고고학, 우리가 좋은 고고학은 처절하게 실패했다.
내가 좋으면, 우리가 좋으면 저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환상이 지배한다.
내가 볼 땐 이 문화재판, 고고학판에서 지금 시급한 것은 하루라도, 한 순간이라도 빨리 항복선언을 조인해야 한다고 본다.
고고학에서 그나마 돌파구로 삼았던 것이 발굴인데, 이 발굴도 이젠 맛탱이가 완연히 간 징조 누구나 체득할 것이다.
그 마지막 남은 발굴조차 이제는 생명을 다했다.
요새 고고학 발굴 관련 언론 보도자료 봤는가?
그 발표 자료에 이른바 야마 핵심이 급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사실 아는가?
핵심이 없고 야마가 없으니, 거의 모든 발굴소식이 어디를 발굴했더니 청동기시대 이래 조선시대에 걸치는 다양한 유적 유물이 나왔더라 하는 이런 류밖에 없다.
왜?
더는 평지돌출할 것도 이제는 다 까발렸기 때문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는 구석기 하나 나오는 것이 대서특필되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떼로 나와도 언론에서는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이것이 단순히 언론만의 문제인가?
언론 욕 많이 하지만 언론만큼 대중의 구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도 드물다.
언론이 관심이 없는데 국민이, 시민이 미쳤다고 반응을 보이겠는가?
제아무리 고고학 문화재가 훌륭하다 떠들어도 그건 찻잔 속 메아리다.
아무도 쳐다 보지 않는다.
우리끼리 있으니 그 우리끼리 와! 한다지만, 그 와 하는 주변을 벗어나면 그 어떤 누구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고고학은 실패했다. 고고학에 기반한 문화재는 처절히 실패했다.
이걸 타개한다며 실감이니 뭐니 하는 각종 요사스런 영상을 가미한다 했지만, 이 또한 이내 시들시들해지고 말았다.
고고학은 실패했다는 자각과 그에 기반하는 항복선언이 왜 필요한가?
그에서 새로운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른바 거창한 말로 탈구축deconstruction이라는 말을 나는 자주 쓰는데, 이 실패의 자인과 항복의 선언은 필연적으로 내적 성찰을 동반하기 마련이라,
그 내적 성찰에서 부족한 것을 보완하며, 실패한 것을 퇴출하며, 그에 기반한 새로운 출발의 빛이 보이기 때문이다.
왜 고고학은, 문화재는 실패했는가?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감동을 주지 못하는가?
지들만 좋아라 낄낄 댔기 때문이다.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쳐다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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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설고고학] 독자와 가독성을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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