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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조선시대 미라를 공부하면서
미라가 주로 만들어지는 회곽묘의 연원을 따라 올라갔는데,
주자가례에 기록된 회곽이라는 게 과연 중국에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보니,
주자도 자기가 기록했다는 회곽에나 묻히기나 했을까 싶은 무덤에 묻혀 있는 거 같고,
주자가 떠들거나 말거나 정작 중국에서는 회곽묘는 잠깐 양자강 주변에서 만들다 만 거를 가지고,
조선은 수백년간 주자가례의 회곽묘를 그대로 베껴 만들면서
이걸 가지고 내가 주자가례의 오리지날 무덤이네
아니다 내가 오리지널이다 저쪽은 주자가례를 잘못해석했네 싸움까지 해가면서
전국의 사대부들이 모양도 똑같은 회곽묘를 수백년간 산이면 산 골짜기면 골짜기마다 만들다가
그 안에서 미라가 되어 버린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다시는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전통에의 교조주의가 조선왕조 수백년간 성리학에서 한 발자욱도 이탈하지 못하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인데,
지금 우리에게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역사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속박하고자 하는 시도는 없는지,
이를 빙자하여 창출된 권력을 우리에게 강요하고자 하는 분위기는 없는지,
항상 의심하고 의심하며 살아야 한다.
![](https://blog.kakaocdn.net/dn/QKxsN/btszDBeOpNT/KvaMB21YYiBx8RujJlDxSK/im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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