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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이래서 책으로 감명받은 사람은 직접 보면 안된다"던 소설가 김별아

by taeshik.kim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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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 보니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이라 이것이 아마도 세계일보가 창설한 문학상 아닌가 하는데 내 기억에 남은 상금 액수가 1억원이었다.

수상작은《미실》. 그 작품은 내가 통독한 기억은 없고 그 후기만 읽었으니 거기에 김태식 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해서 확인차 펼쳤다.

미실은 화랑세기가 등장하면서 역사에 화려하게 부활한 여인이다. 그에 의하면 미실은 쭈쭈빵빵 빼어난 미모와 언변, 그리고 정세 흐름을 예리하게 읽는 능력으로 중대 신라 왕실을 농락하며 권력 최정점에 섰다.

정식 남편이 있음에도 뭇 권력 남성을 쥐락펴락했으니 그의 마수에 진흥이 흐느적거리다 마약 후유중으로 가자 이번에 그의 아들 진지를 골라 역시 섹스로 휘어잡고는 대권까지 주었다가 딴 여자한테 눈길을 돌리자 야마 돌아 가차없이 폐위 유폐해 버렸는가 하면 불과 열세살에 앉힌 진평한테는 섹스의 맛을 들게 하는 개인교수이기도 했다.


김별아 작가



그의 손녀 사위가 일세의 영걸 김유신이라 신라 일통삼한은 그가 닦은 길에서 마침내 완성을 본다.

이를 주목해 당시까지 나온 김태식 불후의 저서 《화랑세기 또 하나의 신라》가 필두하는 화랑세기 관련 책자와 관련 논문을 독파하고는 대작 《미실》을 완성해 떼돈까지 거머쥐었으니 이 오빠가 고맙기는 했으리라.

그때 상금이야 이미 흔적도 없이 산화했을 것이로대 막대한 세금과 술값이 원흉 아니었을까 싶다.

대상 먹고 한껏 우쭐했을 그때 첩보가 들어왔으니 수송동 우리 공장 인근 어느 술집에서 기자 몇 마리 등등과 어울려 부어라마셔라 하면서 김태식이란 인간을 보고 싶다 하더랜다.

나가 줬다. 가니 이미 떡실신. 그때가 첫 대면이었는데 이런저런 얘기 헤롱헤롱하며 나누는데 그가 각중에 뱉기를

"씨불 내가 이래서 책으로 감명받은 사람은 직접 보면 안돼"

야마 확 돌아 내가 받아쳤다.

"글체? 근데 말이다, 두 번째 만나서 나한테 안 넘어오는 사람 없다. 담번에 만나면 어머 오빠야가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었어? 할 끼다"

이후 다시 볼 일이 없었다. 간헐로 이런저런 소식이 들리기는 했으니 예컨대 그의 단편집 하나를 우연히 집어들었는데 개중 한 편이 풍납토성 경당지구 발굴 파괴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

어랏 이거 봐라? 이거 내 책 읽고 쓴 건데?

한 기억이 또렷하다.

그러다 근자 한밤중 느닷없는 전화 한 통화를 받았으니 영문과 후배 여식 A였다. 딱 보니 떡이 되도록 퍼마신 상태라 대뜸

"오빠! 나 별아랑 같이 있어 지금 한잔 마시고 놀고 있어 별아가 오빠 얘기 많이 한다."

"바까"

"선배님 저 별아에요 호호호 블라블라"

얼마가 흘러 내가 아카데미 강좌를 준비하면서 그를 부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락처가 없어 그의 헤롱헤롱 절친 A한테 연락처를 받아놓고 휴대폰에 입력하고는 이런이런 일로 별아를 불렀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 얼마 뒤 김별아가 연락이 왔다. 책을 낸 모양이라 보내고 싶대서 블라블라하다가

"니 강연 하나 해라.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고 ppt 이딴 거 필요없고 살아온 얘기 내가 생각하는 문학 소설 얘기, 특히 임수경이 가져간 통일의 꽃이 애초 김별아가 될 뻔한 얘기, 미실 발표 직후던가? 그걸 심사한 어느 문단 대선배가 '너까지도 역사로 돌아갔냐' 하던 그런 얘기로 해주었으면 한다.

그라고 돈은 주는 대로 받아."

이런 김별아 작가를 연합뉴스 K컬처아카데미 여행자학교 2기 첫 강좌 강연자로 모신다.

그 1기 강좌 나태주 선생 강연 동영상을 봤다며 부담된다는 말을 하는데

"오빠 믿고 따라와"

했다.

오빠는 믿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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