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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인더스 문명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7): 믿을 만한 현지 연구자

by 초야잠필 2018.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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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이야기의 속도도 조절할 겸 짧은 스핀오프를 하나 써보기로 한다. 

인도 연구 8년째에 접어든 지금. 인도에서 성공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첫째도 믿을 만한 현지 연구자, 둘째도 믿을 만한 현지 연구자, 세째도 믿을 만한 현지 연구자다."

인도에서 작업하다 보면 우리 상식으로 이해가 어려운 일이 정말 많이 벌어지는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인도 측 카운터파트의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정상적으로 도저히 문제가 될것 같지 않은 일이 인도에서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유수 박물관도 인도 측과 여러가지 사업을 협의했다가 제대로 마무리 못하고 끝난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은데 이런 경우 우리 쪽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도대체 인도 측과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 말은 맞는 부분도 있지만 틀린 말이기도 하다. 우리 방식으로 접근하면 백프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긴 한데 그 안에도 나름의 규칙이 분명히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경험과 정보는 사업 그 자체 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판다고 우물을 파겠다고 들어간 이상 우물은 우리가 알아서 팔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인도에 발굴을 들어간 2016년에는 예정한 발굴 작업 기간 초반에 현지에서 대규모 폭동이 발생했다. 현지인의 카스트 문제로 발생한 일이었는데 이때문에 현지 발굴장과 교신이 두절되었다. 폭동 기간동안 모든 발굴작업이 셧다운되었고 조사 작업은 더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어느 나라나 폭동은 위험하다. 우리의 데모와 같은 수준이 아니고 말 그대로 폭동, riot 인지라 조사원 신변에 위험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작업하는 외국인으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와 유사한 일이 인도에서도 발생 할 수 있다. 특히 인도 발굴 현장은 통신 사정이 좋지 않으므로 이런 폭동이 발생하면 한국에서는 사실상 연락 두절이다. 


2016년. 우리가 발굴 들어갔을 당시 인도에서 발생한 폭동에 관련된 기사..클릭!!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학자들만 모여 꾸리는 발굴단은 매우 현명하지 못한 방식이다. 크게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인도 현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면 수습하기 매우 어렵다. 하지만 현지의 믿을 만한 동반자-연구자가 있다면 상황은 통제 가능하다. 우리도 다행스럽게 그들의 도움을 받아 그렇게 그 어려운 상황을 극복했다. 폭동이 끝날 때까지 인내하고 기다렸고 폭동이 끝난 후 조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대응은 현지 상황에 익숙한 연구자가 참여하고 있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능하다. 

여기서 한가지 더 말하고 싶은 대목은 선의의 연구자. 정직한 연구자 같은 인성 좋은 연구자를 찾는 문제로 이 부분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인성 문제는 지구상 어느 나라 사람들도 거의 비슷하다. 한국에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듯이 인도도 마찬가지이다. 별다를 것 없다. 

그보다는 성공적인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어떤 부분이 필요한가 하는 국제적 스탠다드,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현지 연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작업하다 보면 이런 부분이 정말 아주 많이 아쉬운 부분이 된다. 인도에서 성공적인 학술활동을 하고 싶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현지의 믿을 만한 친구. 국제적인 스탠다드에서 우군이 될수 있는 연구자이다. 이는 천금을 주고라도 반드시 얻어야 한다.  


인도에서 믿을만한 연구-동반자는 천금을 주고라도 반드시 얻어야 하는, 사실상 성패를 가르는 고비가 될 수 있다. 데칸대에서 이 학교 고고학과 교수인 신데교수와 함께.


우리 연구실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선의의 협조자는 데칸대 고고학과 교수인 신데 교수 (Vasant Shinde) 그리고 현지 고고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김용준 박사이다. 이 두 사람의 적극적 협조가 없었으면 우리 작업은 결코 성공하기 어려웠다. 하다 못해 한국인만 들어가면 집행한 예산의 영수증 하나도 쉽게 받아 내기가 어려운 곳이 인도이다. 인도에서 성공적인 조사를 꿈꾼다면 믿을만한, 연구의 국제적 스탠다드에 익숙한 능력있는 현지 연구자를 반드시 친구로 만들어라. 그리고 서로가 국경을 넘은 우정으로 묶일 수 있다면 인도는 당신에게 그만큼 보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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