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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초치招致 vs. 약견約見

by taeshik.kim 2023.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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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꼭 한국 중국 외교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저런 일은 빈번하게 국제관계에서 볼 수 있거니와, 외교관계가 성립한 쌍방 중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다가 불만을 표기하는 전형의 방법이 저것이다. 

이런 일은 보통 해당 국가 외교부가 나서기 마련인데, 그쪽이 외교관계를 관장하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부르는 상대는 그 나라에 주재하는 그 국가 공식 외교기관 대표자인데, 대표자가 없을 수도 있으니, 그때는 그에 준하는 다른 고위 외교관을 불러다가 니들 왜 그랬냐? 이래서는 안 된다 따지는 모습을 연출하기 마련이다. 

보통 이럴 때 우리는 그 해당 외교관이 외교부 청사에 들어서는 모습을 공개하는 일이 많다. 그런 식으로 대외를 향해 우리가 이렇게 외교 관계를 일방으로 당하지 않고 당당하게 대처하고 있다 뭐 이런 쇼를 연출하기 위함이지 뭐가 있겠는가?
 

한일관계가 현정부에서는 밀월관계인 것만은 틀림없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초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4월인가? 독도 영유권 주장에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중 관계가 악화일로다. 이 관계는 길항일 수밖에 없는데 현 정부에서는 두 가지 경로로 나타난다. 첫째 한일관 밀월 관계 형성이며, 그에 따른 한미일 3개국이 긴밀한 협업 관계를 형성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이 전통으로 원하는 외교관계라, 윤 정부는 그 전통이 선호하는 국제질서로 회귀했을 뿐이다. 

반면, 그 반대편에 섰다 할 수 있는 중국과의 관계는 그만큼 미묘하게 발전하기 마련이라, 그 발전은 거의 예외없이 악화로 가는 징후가 뚜렷하다. 실제 현 정부 들어 일본 미국과 더 긴밀하게 교착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중국과는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 뚜렷하며, 러시아 또한 그런 형세라, 특히 후자는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에다가 기름을 얹은 형태다. 

물론 북한이야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이런 사태 전개는 역대 정권이 무엇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이런 경로를 거개 걸었으니, 이런 외교 행태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실리외교를 들먹이며, 곧잘 또한 그 역사 교훈이라 해서 광해군을 들고 나오는 일이 많은데, 전임 문정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전 노무현 정부 또한 노골적인 친중 성향이었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현 정부가 취하는 모습은 그에 대한 반발이라는 심리도 많다. 문제는 어느 한쪽을 원한다 해서 다른 한쪽을 포기하는 그 댓가만큼 혹은 그를 상회하는 이득을 얻냐? 하는 점이겠거니와, 실리를 말하는 사람들도 잊어서는 안 되는 대목이 양다리 걸치기를 해서 국익을 도모한다 하지만, 그 양다리는 실상 어느 한쪽에 대한 포기와 다름 없었다는 점에서 그 전체 이득이 어느 쪽이 나은지는 현재로서는 단안이 힘들다. 

옆길로 얘기가 샜으니, 불만이 있는 상대국 외교관을 부르는 일을 우리 정부나 언론에서는 초치招致한다고 흔히 하거니와, 招란 부른다는 뜻이요, 致는 어디에 이른다는 뜻이지만, 이 경우 致는 사역의 뜻을 내포해서 이르게 한다는 뜻이다. 결국 초치란 불러서 오게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일은 어느 일방으로 끝나는 일이 없어 쌍방 보복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야당 대표를 만난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을 문제 삼은 이런 초치 행위에 견주어 중국에서는 주중 한국대사관 쪽에다가 맞불작전을 했으니, 이런 일을 그쪽에서는 약견約見이라 표현한다고 한다.

이 약견은 말할 나위 없이 약속해서[約] 본다[見]는 뜻이니, 이 見이라는 글자는 보다 만난다일 때는 견이라 잃고, 드러난다고 할 때는 현이라 읽기도 하지만, 뭐 우야둥둥 드러나야 만나건 말건 할 게 아닌가? 그래서 저 見자에는 알현한다는 의미도 있다. 

저 말을 요새 언론이 잘난 척 한답시고 웨젠 이라 쓰는 일을 보는데, 웃기는 짜장이다. 웨젠이 무슨 말인 줄 아니? 약견이라 해야 그 의미가 확연히 드러난다. 
 

초치와 약견 빌미가 된 주한 중국대사(오른쪽)의 야당대표 면담.

 
초치와 약견을 맞대어 비교하면, 전자가 상당히 의미가 강함을 본다, 후자는 글자 그대로는 약속해서 만나는 일이니, 상대적이긴 하지만, 적어도 글자에서만큼은 그 강압성이 훨씬 덜한 표현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런 때 영어로는 어떻게 표현할까? 근자 저 한국과 중국 맞장뜨기를 우리 공장 영문뉴스에서는 아래와 같이 전함을 보거니와 


China lodges complaint with S. Korean ambassador in tit-for-tat summons

BEIJING, June 11 (Yonhap) -- China called in South Korean Ambassador Chung Jae-ho and lodged a complaint, Beijing's foreign ministry said Sunday, in a tit-for-tat after the Chinese ambassador to Seoul was summoned over remarks warning Seoul against betting against China. 


결국 초치 혹은 약견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to call somebody in and lodge a complaint 라 하거나, 혹은 더 간단히는 to summon이라 표현했음을 본다. to lodge a complaint에서 lodge 라는 말은 동사로서 제기 혹은 제출하다는 뜻이라 결국 to submit 정도를 의미한다고 보아 대과가 없겠다. 

저 상응하는 영어 표현 역시 나는 한국어 초치에 이끌려 강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to call in이나 to summon 모두 너무 뜻이 강하다. 

외교는 말놀음이다. 그 말놀음은 이현령비현령이다. 초치니 하는 강압성 표현은 다른 말로 순화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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