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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0

잊혀진 미술 애호가, 오당悟堂 김영세金榮世(1) 추사박물관이 선사한 승설헌勝雪軒 작년쯤이었나, 다산茶山의 아들 유산酉山 정학연丁學淵(1786-1857)이 어떤 스님에게 보낸 간찰을 모 경매에서 본 적이 있다. 정학연이 그 스님에게 백자 반상기와 술병 따위를 보낸다는 별지가 붙어 있어 퍽 흥미로웠는데, 조그만 소장인所藏印이 찍혀있었다. 읽어보니 "승설헌진장인勝雪軒珍藏印"이다. 승설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좋은 작품을 가지고 있었네ㅡ하고 넘겼는데, 뒤에 생각해 보니 그것이 내가 주인공 김영세를 처음 만난 순간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내던 어느 날, 과천 추사박물관에서 하는 전시에 발길이 닿았다. 아는 분이 크게 관여한 전시기도 했고, 과연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명불허전이었다. 추사는 물론이거니와, 그 제자들, 그리고 그 영향 아래 있던 근현대의 대가들까지 망라되어 .. 2023. 7. 7.
신라고적전설 그림엽서 경주에 수학여행가면 어디든 기념품 파는 분이 많았다. 플라스틱 첨성대나 석굴암 부처님 열쇠고리, 천마도 손수건 같은 게 있었지만, 가장 흔했던 건 유적지 사진으로 만든 엽서였다. 사진엽서라고도 하고 그림엽서라고도 했는데, 대략 10장 단위 묶음으로 팔았었다. 짐작하겠지만 이것도 일제강점기 이래의 모습이다. Post card를 일본에서 '우편엽서'로 번역하고, 거기 사진이나 그림을 넣어 인쇄한 걸 그림 회 자를 넣어 '회엽서' 곧 그림엽서라고 불렀다. 이건 지금까지도 어마어마한 양이 전해지며, 그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이를 다룬 연구서나 자료집도 꽤 많으므로 내가 굳이 언급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요컨대 '그림엽서'야말로 제국 일본이 대내외에 보여주고 싶어한 '이미지'의 정수였다. 경주는 일제 때도 관광으.. 2023. 7. 7.
'원로' 두 글자를 지운 김원룡 지금까지도 한국 고고학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고고학자 삼불 김원룡(1922-1993) 선생님.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멋진 문장력에 그림 솜씨도 뛰어난 분이었다. 사실 이 분의 그림을 하나 구하고 싶은데 빈약한 주머니로는 언감생심, 요즘은 가짜도 적지 않다 한다. 차선으로 구하게 된 것이 서명이 담긴 책들. 이 은 사연이 재밌어보이고 안타까운 면도 있어 한 번 올려보고자 하였다. 1976년 탐구당에서 나온 문고판인데, 읽던 이가 좀 오래 보관하려 그랬던지 책 표지를 비닐로 싸 놓았다. 비닐로 싼 거야 흠이겠냐만, 거기서 그치지 하필이면 스카치테이프를 붙여놔서 그 부분이 누렇게 떠 버렸다. 저걸 제거할 수나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쉬운 노릇이다. 아마 처음 책을 주고받을 때는 깨끗했겠지 생각하며, 그 시.. 2023. 7. 6.
한문 전공자 괴롭히는 방법 1) (한자로 된 아무거나) 야 너 저거 좀 읽어봐 2) 우리 애 이름 지으려는데 궁합(?)이 좋은 글자 좀 3) 한문을 한다고? 중국어 잘하겠다! 시즌2 1) (글씨든 그림이든, 도자기든 뭐든 가리키며) 저거 얼마짜리냐? 2) (초서 들이밀면서) 이거 읽어줘. 못 읽는다고? 전공자라매? 3) "거 공자님허구 맹자님허구 팔씨름허면 누가 이길꼬?" 2023. 7. 5.
을축년대홍수 백년을 준비해야 한다 을축년대홍수 100주년인데, 지금부터 찬찬히 준비해나간다면 학술대회나 전시를 좀 그럴듯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 혜화동에서 폭우에 휩쓸려 가다 모래톱에 걸려 구사일생한 수주樹州를 떠올리며 *** Editor's Note *** 1925년 한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을축년대홍수를 나는 그 영향력 크기가 6.25전쟁에 버금하거나 능가한다는 말을 줄곧 한다. 그래서 그 백주년은 대대적으로 해야 함을 주장하면서 서울역사박물관이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관련 사업을 하자 하면서 이를 위한 조사사업부터 하자 작년부터 들쑤시고 있다. 이 건으로 봉은사를 접촉하기도 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을축년대홍수 참상은 술꾼 수주 변영로 증언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기록화하기도 했으니 이런 증언록부터 발굴하고 총독부에서.. 2023. 7. 5.
우연히 우물서 마주한 나 by 이규보 청동거울 보지 않은 지 오래라 / 不對靑銅久 내 얼굴 어떤지 기억도 못하네 / 吾顔莫記誰 우연히 다가서 우물 비춰 보니 / 偶來方炤井 옛날에 조금 알던 얼굴 같구나 / 似昔稍相知 - 전집 권18, 고율시, "우물에 비추어보고 장난삼아 짓다炤井戲作" 202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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