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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자신의 연구를 정리하는 시기에 대하여 (1)

by 초야잠필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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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생각도 원래는 대책 없이 할 수 있는 때까지 연구는 계속 끌고 가자는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이 바뀐 것은 그 계기가-. 

언젠가 쓴 듯하지만 연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5-6년 주기로 한번씩 대대적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데 

정말 정리작업을 시작하기 전 닥친 시기가 되고 보니

보수공사를 다시 또 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연구 보수공사라는 것이 일단 적지 않은 연구비가 새로 투하되는 데다가 

그렇게 보수한 연구에서 성과가 나올 려면 대략 6-7년 후가 된다. 

이리 저리 계산해 보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딱 뭐가 나올 만한 순간에 정년을 맞을 가능성이 정말 높아 보였다. 

필자의 전공은 wet lab, 실험실을 끼고 있기 때문에 

정년과 함께 사실상 연구는 끝장이 나게 되어 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질서 있는 퇴각, 제대로 정리하는 마무리를 해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가 지금 여러분들이 가끔 필자에게서 전해 듣는 책 출간 소식이 되겠다. 

이 책들도 아무도 안 읽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책에 수록된 내용들의 학술적 가치가 약발이 다하기 전에 책으로 묶어 낸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만족한다. 

20여년간의 연구를 정리하면서 보니 

몇 년만 더 뒤로 갔다면 약발이 다해 너무 옛날 이야기를 넋두리 하듯 적어 놓는 책이 될 뻔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라도 책으로 묶어내는 것이 지금이 아니면 어려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은퇴를 할 여러분들에게 권하노니, 

연구를 정리해야 될 시기는 은퇴 후에도 10-20년이 지난 시점이 아니다. 

대략 20년 단위로는 정리가 되어야 한다. 

이보다 더 뒤로 가면 정리하는 내용의 약발이 다해 회고록으로서의 의미 외에는 없다. 

그나마 학술 서적으로서의 가치를 담보하고 싶다면, 20년이 지나지 않은 연구업적을 정리해야 하며 

그 시점은 당연히 60 이전이다. 

필자가 지금까지 대학에서 녹을 먹은 후 가장 잘 한 선택의 하나가 
연구를 정리할 시점을 절묘하게 잡았다는 것이다. 

지금이 아니면 그야말로 출판과 함께 정말로 간장독 덮개로 직행할 뻔 했는데 

그래도 지금 책이 출판되면 사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직은 학술적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는가? 

자신의 연구를 정리하는 시점은 너무 늦게 가져가면 안 된다. 

너무 늦게 정리를 시작하면 간장독 덮개를 오락가락 하는 정신머리로 제작하게 되는 것이니

출판과 함께 지인의 서재에 꽂혀 있다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간다는 말이다. 

평생 업적은 그나마 그것이 학술적 가치가 있을 때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 
 

(c)신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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