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졸저 《풍납토성 500년 백제를 깨우다》(김영사) 출간 이후,
그 이래 전개된 풍납토성 역사를 정리한 저 가제본을 생각한지는 오래되었다.
뭐, 저건 내가 나에게 부여한 의무감 비스무리한 거다.
한데 한해한해 쌓이면서 이제는 도저히 내 능력으로는 부치는 일이 되고 말았다.
2001년까지 풍납토성 전개 사태는 그 이후에 비하면 무척이나 단순했으며, 그에 따라 정리가 무척이나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이래 전개한 역사를 나는 대한민국 21세기 축소판으로 본다. 그만큼 복잡다기하다.
풍납토성을 둘러싸고 최근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에 대한 법정 공방이 있었지만,
이런 법정 공방만 해도 수십 건에 달한다.
그 판결을 모조리 입수하고 분석해야 하지만, 이미 내 범위를 벗어났다.
뿐인가? 이후 소규모 발굴지와 2구역 핵심지 중 매입완료한 건축물이 오늘 현재 기준 145채에 달하는 것으로 들었거니와, 이를 다 어찌 종합한단 말인가?
또 듣건대 이들 매입 건축물에 대해서는 원소유자가 환매권을 지녔다 하거니와,
매입 완료 이후 어느 기한 내에 그 매입 목적에 맞는 방향으로 정비가 이뤄지지 않으면,
원 소유자가 그 토지와 부동산을 도로 살 권리가 있다고 하며 실제 그런 쟁송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태 전개를 이제는 어디에서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풍납토성 보상비는 언제 이후 매년 500억원이 토지매입비로 집행되거니와, 그것이 집행된 내역은 또 어찌 정리한단 말인가?
그 기간 고고학 발굴? 이건 애들 장난이다.
나는 고고학이 단순히 발굴조사 연구 집적만이 아니라고 본다.
이를 둘러싼 사회 제반 현상 일체를 고고학적 현상이라 정의하며, 이를 둘러싼 제반 접근 태도 자체를 나는 고고학의 연구 대상 영역으로 본다.
고고학? 토기 그림 그리는 일이 그 줄기인 줄 아는 사람들에게 나는 다시금 분발과 격발을 촉구한다.
고고학을 한다는 것. 그 영역은 무한히 넓고도 깊다.
능력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내 세대에 내가 보고 들은 것들이라도 정리해 놔야만 그런대로 후세가 그에 소비해야 할 힘을 줄인다고 본다.
2001년 졸저에서 그때까지 풍납토성 역사를 정리하고 그 부록으로 그 연표를 작성했으니,
다른 모든 것은 버려도 이것만을 버릴 수 없노라고 그래도 자부한다. (2017. 12. 2)
***
저에서 지적하지 않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
2000년판 단행본 오류 교정이다. 오타 수준을 넘어 오류가 제법 있어 개정판 형식을 빌려 손봐야 한다.
문제는 그대로 내고 싶은 생각은 없고 완전히 판을 새로 짜야 하는데, 이 역시 간단치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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