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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11

찬 구름만 밤마다 날아드는 가을 산사山寺 한시, 계절의 노래(200) 가을 저녁 퇴락한 산사에 묵다(秋晚宿破山寺) [唐] 교연(皎然) / 김영문 選譯評 가을바람에 잎 떨어져빈산에 가득 석벽 사이 옛 절엔잔약한 등불 지난 날 들렀던 이모두 떠나고 찬 구름만 밤마다날아 드누나 秋風落葉滿空山, 古寺殘燈石壁間. 昔日經行人去盡, 寒雲夜夜自飛還. 가을을 고독과 비애의 계절로 만드는 요인은 무엇일까? 추워지는 날씨가 그 원천이 아닐까 한다. 옛날에는 더 그랬지만 지금도 날씨가 추워지면 인간의 활동 반경은 좁아져 집안에 웅크리는 날이 많다. 자연히 찾아오는 손님도 줄어들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해야 한다. 이 때문에 추위는 인간으로 하여금 따뜻함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오소소 돋는 소름은 추위에 대한 절실한 느낌을 넘어 죽음에 대한 공포까지 감지하게 한다. 이런 .. 2018. 10. 14.
내일 아침 생각나면 거문고 안고 오시게 산속에서 은자와 술을 마시다[山中與幽人對酌] [당(唐)] 이백(李白)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두 사람 대작에산꽃이 핀다 한 잔 한 잔또 한 잔 나는 취해 자고 싶어너도 이제 그만 가 내일 아침 생각나면거문고 안고 다시와 兩人對酌山花開, 一杯一杯復一杯. 我醉欲眠卿且去, 明朝有意抱琴來. (2018.04.30. 산꽃은 왜 필까? 두 벗이 마주 앉아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달콤한 주향(酒香)에 취하여 이야기꽃을 피운다. 이야기꽃은 “난초 향기를 발하며(同心之言, 其臭如蘭)”(『주역』 「계사전繫辭傳」) 주위의 봄꽃도 활짝 피어나게 한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김소월, 「산유화」) 그야말로 백화제방(百花齊放)이다. 그러므로 “한 잔 한 잔 또 한 잔(一杯一杯復一杯)”은 모.. 2018. 5. 1.
제비는 쌍쌍이 날아드는데, 내님은.... 한시, 계절의 노래(7) 봄날 즉흥시[春日即事] 5수 중 첫째 [宋)] 서방좌(舒邦佐) / 김영문 選譯評 한낮 동풍에사립문 절로 열려 쌍쌍의 제비가둥지 찾아 날아드네 버드나무 솜털 꽃은본래 정처 없어 남쪽 교외로 날아가돌아오려 하지 않네. 正晝東風自展扉, 雙雙燕子望巢飛. 楊花卻是元無定, 吹落南鄰不肯歸. 가고 옴, 들고 남은 변함없는 우주의 이치다. 삼월 삼짇날은 제비가 온다는 날이다. 오래 기다리던 제비가 왔다고 왜 떠나는 것이 없으랴? 동풍에 저절로 열린 사립문으로는 봄의 상징인 제비가 날아들지만 울타리 옆 버드나무 솜꽃은 아득히 먼 곳으로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제비 연(燕) 자는 잔치 연(宴)과 통하여 기쁨을 나타내는데 비해, 버들솜은 정처 없는 떠다님으로 인해 부평초와 연결된다. 중국 민간 전설에.. 2018. 4. 21.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 진가秦嘉와 서숙徐淑의 증부시贈婦詩 아래 소개하는 시는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랑 같이 감상하면 좋다. http://www.youtube.com/watch?v=yE6roNkyGBM 중국 고대 연애시 앤쏠로지인 《옥대신영玉臺新詠》 권1에 後漢시대 진가(秦嘉)라는 사람이 병들어 친정으로 요양간 아내 서숙(徐淑)에게 보낸 연작시 3편이 증부시(贈婦詩)라는 제목으로 연달아 수록되었으니, 그 서문에는 작자 진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秦嘉는 字를 사회(士會)라 하며, 농서(隴西) 사람이다. 군상연(郡上掾)이 되어 그의 처 서숙(徐淑)이 병이 들어 본가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에 직접 얼굴을 볼 수 없어 시를 주었으니 그 시는 다음과 같다.(秦嘉. 字士會. 隴西人也. 為郡上掾. 其妻徐淑寢疾. 還家. 不獲靣別. 贈詩云爾) 첫 번째(其一)人生譬.. 2018. 2. 26.
기쁨엔 밤이 짧고, 슬픔엔 밤이 길더라 중국사에서 서진西晉시대 정계와 문학의 거물 장화張華에게 ‘정시’情詩라는 제목이 붙은 오언五言 연작시가 있으니,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다섯 편 중에서도 세 번째 작품이다. 원앙금침 둘렀으나, 적막할 뿐이다. 독수공방을 이처럼 절절하게 표현한 작품 드물다. 아래 텍스트는 《문선文選》을 따른다. 《옥대신영玉臺新詠》 本은 조금 다르다. 清風動帷簾 맑은 바람 휘장발 흔들고 晨月照幽房 새벽달은 깊은 방 비추네 佳人處遐遠 고운님 멀고먼곳 계시는데 蘭室無容光 난초방엔 멋진 자태 없네襟懷擁虛景 품속에선 헛된 그림자 안고輕衾覆空床 얇은 이불 휑한 침대 덮었네居歡惜夜促 즐거울 땐 짧은 밤 아쉽더니在戚怨宵長 시름일 땐 긴 밤 원망스럽네 拊枕獨嘯歎 베개 안고 혼자서 한탄하니 感慨心內傷 슬픔 겨워 가슴속 아려오네 2018.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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