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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36

초여름 매실 한시, 계절의 노래(32) 초여름[初夏] 세 수 중 첫째 [송(宋)] 왕자(王鎡) / 김영문 選譯評 붉은 꽃 거의 져서나비 드물고 쏴 쏴 비바람이봄날 보내네 녹음은 우거져도보는 이 없고 부드러운 가지 끝에매실 열렸네 芳歇紅稀蝶懶來, 瀟瀟風雨送春回, 綠陰如許無人看, 軟玉枝頭已有梅. 봄이라 만발한 꽃잔치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런 꽃이 다 질 무렵, 꽃 중에서도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매화는 벌써 매실로 바뀌었다. 그렇게 계절은 바뀌어 벌써 초여름 들어서는 문턱이다. 떨어지기 싫어서인가? 아님 따지기 싫어서일까? 매실 역시 초록으로 같은 초록 이파리와 밑에 살포시 숨었다. (2018.05.16.) 백일홍처럼 석 달 열흘 동안 꽃을 피우는 꽃나무도 있지만, 대개 봄꽃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시들기 마련이다... 2018. 5. 17.
파초에서 일깨우는 앎 한시, 계절의 노래(31) 파초(芭蕉) [송(宋)] 장재(張載) / 김영문 選譯評 파초 심이 다 자라자새 가지가 나오는데 새로 말린 새 심이남몰래 뒤따르네 새 심으로 새 덕 기름을배우고 싶나니 이어 나온 새 잎이새 앎을 깨우치네 芭蕉心盡展新枝, 新卷新心暗已隨. 願學新心養新德, 旋隨新葉起新知. 첨부하는 사진은 현재 심사정의 '패초추묘(敗蕉秋描)'라는 그림이거니와, 간송미술관 소장품이다. 제목을 풀면 파초를 짓이기는 가을 고양이라는 뜻이거니와, 다만, 이 제목을 심사정 자신이 붙였을 듯하지는 않은데 이에 대한 질정을 갈망한다. (2018.05.15.) ‘새로움(新)’은 가슴 설레는 말이다. 새해, 새봄, 새길, 새옷, 새신, 새집, 새책, 신생아, 신입, 신진, 신부, 신랑, 신규, 신록, 신설, 신예, 혁.. 2018. 5. 17.
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는 손주 한시, 계절의 노래(24) 여름 시골 온갖 느낌[夏日田園雜興] 일곱째 [송(宋)]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낮엔 나가 김을 매고밤에는 베를 짜고 시골에선 아이조차집안 일 맡아 하네 어린 손주 아직은밭 갈거나 길쌈 못해 뽕나무 그늘에서오이 심기 배우네. 晝出耘田夜績麻, 村莊兒女各當家. 童孫未解供耕織, 也傍桑陰學種瓜. (2018.05.07.) 시골에서 자라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도우며 농사를 배운다. 꼴 하고, 김매고, 피 솎고, 나무하고, 보리 베고, 감자 캐고, 고추 따고, 소 먹이고, 모심고, 나락 베고, 지게 지고, 타작하는 등등의 일을 몸에 익히면서 자란다. 쟁기질은 남자로서 마지막에 익혀야 할 일인데, 쟁기의 무게와 소의 힘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므로 대개 10대 후반에.. 2018. 5. 7.
오늘 보내는 봄 내년엔 버들가지로 돌아왔으면 봄을 보내며[送春] 2수 중 둘째 [송(宋)] 이광(李光, 1078~1159) / 김영문 고르고 옮김 뭇 꽃들 다 지고버들솜 날려 밭둑에도 놀이꾼점점 드무네 오늘은 나루에서봄을 보내니 내년 버들 가지에되돌아오길 群花落盡柳綿飛, 陌上遊人去漸稀. 今日江津送春去, 明年還向柳梢歸. (2018.04.29.) 봄도 강나루에서 배를 타고 떠날까? 나루에서 봄을 보낸다는 표현이 신선하다. 그러고 보면 나루는 이별의 장소이면서 만남의 장소다. 우리는 강나루에서 처음 봄을 만난다. 얼음이 녹을 무렵 버드나무에 연초록 새눈이 돋는 곳이 바로 강나루다. 강나루에서 만난 봄은 강나루에서 떠나간다. 흘러가는 강물은 바로 세월이다. 아니 세월이 바로 강물이다. 그 세월의 강물 위로 사계절이 흘러가고 사람들이 흘러간다. “봄날 꿈 .. 2018. 4. 30.
까치여, 부디 좋은 소식 많이 전해주시게 한시, 계절의 노래(14) 나무에 둥지 튼 까치[題喜鵲棲樹] [송(宋)] 조호(趙琥, 1106~1169) / 김영문 選譯評 깃털 다듬으며높은 가지에 우뚝 서서 인간 세상 작은 그물에떨어지지 않네 한 가닥 영험함은실로 틀리지 않나니 처마 끝에서 내게희소식 많이 전하네 梳翎刷羽立高柯, 不落人間小網羅. 一點通靈良不謬, 簷頭報我喜還多. (2018.04.27) 미국 소설가 리차드 바크(Richard Bach)는 『갈매기의 꿈』에서 “가장 높이 나는 갈매기가 가장 멀리 본다(The gull sees farthest who flies highest)”고 했다. 중국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높이 나는 새는 나무를 가려 깃들 수 있지만, 영양은 마구 날뛰다 울타리에 뿔이 걸린다(高鳥能擇木, 羚羊漫觸藩)”고 했다. 동서양.. 2018. 4. 27.
종적없이 사라진 봄, 연초록 가지에 남아 한시, 계절의 노래(13) 봄을 보내며[送春] 첫째 수(其一) [송(宋)] 오석주(吳錫疇, 1215~1276) / 김영문 選譯評 하늘 한켠 맑은 노을붉게 깔릴 때 작은 누각 다시 올라앞개울 보네 종적 없이 봄이 갔다말하지 말라 가지 끝 연초록 곁에모두 남았네 紅襯晴霞一角天, 小樓重上眺前川. 莫言春去無蹤跡, 盡在枝頭嫩綠邊. (2018.04.25) 『주역(周易)』의 ‘역(易)’에는 세 가지 뜻이 들어있다. 첫째, ‘변역(變易)’이다. 삼라만상과 인간만사는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둘째, ‘불역(不易)’이다. 천변만화의 움직임 속에 불변의 진리와 법칙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셋째, ‘간이(簡易)’다. 만물과 만사의 변화 속에 담긴 불변의 이치가 너무나 간단하고 알기 쉽다는 뜻이다. 이 .. 2018.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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