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친이 내 기억에 50대 혹은 60대 초반 무렵 때 이야기다.
당신이 그날은 어찌된 셈인지 한여름 대낮에 농약통을 지고 논으로 나갔다가 엎혀서 돌아왔다.
그 뙤약 무더위에 더 뜨거운 논에서 농약을 치다 농약에 취하고 해서 혼이 나가버린 것이다.
그때 우리 동네 환경에서 무슨 응급조치가 있겠는가? 한동안 누워있다 당신은 살아났고, 이튿날에는 이내 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다시 일하러 다니셨다.
마지막 더위 기승을 부리는 이때, 그리고 장마가 끝나는 시점 이래 한두달은 그 부지런하다는 농부들조차 대낮에는 들에 나가지 않는다.
왜? 나갔다간 죽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 한여름 당신들 일하는 패턴 봐라. 전부 새벽에 일어나 들에 나가 일하고 해가 뜨기 시작하면 집으로 후퇴한다.
그리고 집안에서 이런 일 하다가 다시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에 다시 들로 나간다.
당신들이 부지런한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당신들은 생득으로 안다.
이 무더위에 논에 밭에 나갔다간 그냥 아주 골로 가버린다는 것을 당신들은 경험으로 안다.
한데 이 짓거리 버젓이 하는 데가 있다. 바로 고고학 발굴현장이다.
공식 수은주 30도는 거뜬하고 걸핏하면 35도를 오르내리는 이 퇴약볕 한여름에 죽어나사나 그 맨땅이 복사열해서 더 뜨거운 발굴현장에서 죽어나사나 땅을 파는 일로 내몰리고 있다.
발굴현장 안전? 그것이 매몰만 있는 줄 아는가?
내가 볼 땐 매몰 위험보다 몇 백 배 더 무서운 것이 이 한여름 발굴이다.
법으로 강제로 막아야 한다.
중대재해법? 이딴 거 동원할 필요도 없다. 법으로, 강제로 막아야 한다.
아예 발굴현장은 얼씬도 하지 못하게 막아야 한다.
이걸 할 수 있는 데는 오직 문화재청, 국가유산청이 있을 뿐이다.
이 사태에 저들은 어찌 대처하는가? 에어컨 빵빵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서 영혼 없는 협조문 하나 덜렁 날린다.
무더위에 안전사고 우려되니 그런 일 없도록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총총 발굴유산과장 총총
이딴 짓거리 일삼으면서 지들 할 일 다 했다고 한다.
고고학회? 한문협? 엄한 짓 할 생각 말고, 이런 일이 당장하는 시급하지 않겠는가?
조사원들 발굴인부들 죽음으로 내몰래?
지금이 한가롭게 이 뙤약볕에서도 조사원들이 이리 고생한다는 홍보물 돌릴 때인가?
지금 시급한 것은 그 현장 폐쇄다.
한여름 발굴현장은 강제 폐쇄해야 한다.
뙤약볕 구슬땀 발굴은 자랑이 아니라 국가의 민족의 수치다.
[독설고고학] 나이 먹었다고 현장 떠나 훈수질 하는 놈이 고고학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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