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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39

남자가 바느질을 하다니? 이규보의 기롱 애처가 눈빛처럼 하얀 비단 치마 밟아 찢어지니/ 踏破香紈雪色裙 뉘 집 휘장에서 탁문군卓文君 희롱했나 / 誰家帳底弄文君 부인께선 삼가 바느질일랑 그만두시고 / 細君愼勿加針線 앞으로는 무산에서 운우 꿈 꾸시구려 / 又向巫山染雨雲 - 전집 권5, 고율시, "이중민 군이 치마를 꿰맨 일을 희롱함" *** Editor's note *** 남자가 바느질을 해서는 안 되는데 백운거사 이규보 친구가 마누라 대신해서 바느질을 한 모양이라 그걸 희롬삼아 시로써 읊었다. 이 시에서 건져내야 할 것은 바느질이 적어도 이규보 시대에는 여성의 전유물로 통했다는 점이다. 이는 보희 문희 김유신 김춘추 축국 이야기에서도 여실히 증언한다. 다시 말해 적어도 이 시를 기준으로 신라시대 이래 이규보 시대 고려 중기에 이르기까지 바느질은 .. 2024. 1. 11.
이규보는 언제 이름을 바꿨을까 이규보(李奎報, 1168~1241)라는 인물을 몇 년째 파고들었다. 그런데 무심코 넘겼지만 생각보다 중요할 것 같은 사실 하나를 빠뜨려서, 여기 정리해두고자 한다. 바로 ‘이규보李奎報’라는 그의 이름에 관해서이다. 그의 원래 이름은 ‘이인저李仁氐’였다. 이십팔수二十八宿의 세 번째 ‘저성氐星’에서 글자를 딴 것 같다. 그렇게 22년을 살다가 1189년(명종 19) 이십팔수의 열다섯 번째 ‘규성奎星’에서 글자를 따 ‘규보奎報’로 이름을 바꾼다. 그런데 그가 이름을 바꾼 시점을 두고 『동국이상국집』과 『고려사』 의 기록이 엇갈린다. 기유년(1189) 사마시(司馬試, 국자감시)에 나아가려고 했을 때, 꿈에 어떤 촌백성인 듯한 노인들이 모두 검은 베옷을 입고 마루 위에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옆 사람이 .. 2024. 1. 8.
AI가 그린 이규보 시 가는 곳마다 새 벗 만나기는 쉬워도 타향에서 옛 친구 만나기는 어려워라 헤어지고 백발이 얼마나 늘었는고 서로 흰 수염을 자세히도 들여다본다 - 후집 권1, 고율시, "강남에서 옛 친구를 만나" 그림을 그만둬야하나 싶기도 합니다 2024. 1. 5.
AI가 그린 김부식(1075-1151)은 임꺽정 "김부식은 얼굴이 크고 장대한 체구에 얼굴은 검고 눈이 튀어나왔다. 그런데 두루 통달하고 기억력도 탁월하여 글을 잘 짓고 역사를 잘 알아 학사들에게 신망을 얻는 데에는 그보다 앞선 사람이 없었다." - 권8, 인물, 김부식조 중에서 진짜 저 구절을 입력하고 결과를 내라고 했더니 이렇지 뭡니까. 2024. 1. 5.
거문고 안고서 떠나는 두루미를 본 현중화 제주 명필 소암 현중화(1907-1997) 선생이 칠순을 넘긴 80년대 이후의 어느 날, 거하게 약주를 하셨다. 이 어른은 약주-주로 꼬냑을 즐겨 자셨다고-를 어지간히 하셔도 흐트러지는 법이 없이 글씨를 쓰셨는데, 그날도 흥이 일었는지 지필묵을 찾으셨나보다. 그런데 하필 갈아놓은 먹이 좀 묽었던지, 첫획이 퍽 두껍고 연하게 나왔다. 다행히 글씨가 마구 번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붓이 오래 종이에 머무르면 먹물이 퍼지게 마련인 법. 소암 선생은 제법 빠르게 '포금간학거抱琴看鶴去' 다섯 글자를 예서로 종이 위에 옮겨놓았다. 종이가 살짝 비틀어졌는지 글자가 왼쪽으로 주루룩 올라가서 두루미 '학'자가 가장 높아졌다. 종이를 뚫고 학이 날아갈까 걱정하셨을까. 살짝 위치를 낮추어 갈 '거'자를 휙휙 긋고, 그 여세를.. 2024. 1. 4.
74년 전 보낸 아사카와 상의 새해 인사 1월 하고도 둘째 날이 되었다. 때마침 딱 이런 때 맞는 자료를 만나서 올려본다. 아사카와 노리다카淺川伯敎(1884~1964)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1913년 조선에 소학교 교사로 부임하면서부터 1946년 일본으로 돌아갈 때까지 33년간 경성에 살았다. 그러면서 그는 도예가이자 조각가, 하이쿠 시인으로 명성을 떨쳤고, '조선 도자기의 신'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의 도자기와 민예품에 천착했다. 교통이 불편하던 일제강점기에 전국 가마터를 무려 700여 곳이나 찾아내 답사할 정도였다니 그 열정을 알 만 하다. 사실 노리다카보다도 그 동생 다쿠미巧(1891~1931)가 이런 면에서는 더 유명한데, 그는 아예 한복을 입고 다니며 한국인과 가깝게 지냈고 죽어서는 망우리 공동묘지에 묻혔다. 그런 아사카와.. 202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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