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는 박물관이 버림 받는 원인(버림 안 받는다 생각하시면 더는 이 글 읽을 필요도 없다.) 중 하나로 전연 다른 분야인 연구와 전시가 혼동되는 일을 들었다.
이 문제의식을 연장해서 오늘 이야기를 보태려 한다.
이 전시 분야를 보면 연구가 충분해야 전시가 제대로 된다는 믿음이 확고한데, 결론만 말하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후자다.
왜 그런가 하면 연구가 충분해야 한다는 말과 그래서 그런 연구자가 전시를 기획해야 한다는 말은 전연 다른 까닭이다.
이런 전시, 곧 그 분야 전문연구자가 기획한 전시는 모조리 현미밥 씹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자신 혹은 동료의 연구를 관람자한테 필연으로 받아들이라 윽박하기 때문이며, 이 윽박은 필연으로 그 전시 기획자가 원했건 하지 않았건 주입을 강요한다.
더 간단히 말해 날 믿고 따르라 딱 이거다.
박물관 혹은 그 전시 출발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과 남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박물관은 이 둘을 조화해야 하며, 이 조화하는 일이 바로 전시다.
물론 그 분야 전업 연구자가 전시 또한 전문성을 갖추면 좋겠지만, 또 이것이 경험이 밑천이 된다는 사실을 내가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내가 보건대 그런 사람 없다!
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두 지점 간 괴리, 곧 내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과 남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 사이의 괴리는 이 연구를 기반으로 삼는 연구직이 전시까지 독점하는 데서 비롯한다.
이 둘이 조화하지 않으니, 요컨대 기획과 전시가 따로 노니, 이 둘 간극을 좁히고자 박물관을 발버둥을 치게 되는데 그 충돌 지점에 위치하는 존재들이 해설사니, 도슨트니 하는 존재들이다.
좀 극단으로 가서 좋은 전시 좋은 박물관은 해설사나 도슨트니 하는 가이드가 필요없다.
연구와 일체화한 전시는 저들을 요구하나, 연구를 용해한 전시는 저들을 지운다.
비단 박물관만 아니라 왜 한국 문화재 현장에 해설사와 도슨트가 넘쳐나는가?
이 문제는 비단 한국박물관만이 아니라 전 세계 박물관이 공통으로 안은 중증 고질이다.
시종 가르치려 하고 시종 군림하려 하는 그 출발이 바로 이 연구와 전시를 착종하는 데서 비롯한다.
이 문제를 이제는 심각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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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와 전시는 전연 다른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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