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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개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나한테는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한 저 두 가지 중에서 이미 나는 하나를 상실했다.
더는 책을 읽지 못한다. 누차 이야기했듯이 쉰 어간이 되면서 급속한 신체 변화가 책을 놓게 했으니 무엇보다 노안을 이기지 못했다.
그때 놓은 독서는 더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돌아가려 애를 써 보기는 했지만 이젠 노안이 문제가 아니라 한 번 쉰 그 중단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슬픈가?
글쎄 섭섭치 아니하다면 거짓이요 그렇다 해서 크게 아쉽다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독서를 중단했지만 그것이 주는 묘미는 다른 데서 메꾸는 까닭이다.
책을 포기한 것은 긴 글을 포기했다는 뜻이라 대신 짧고 압축하는 글들로 선회했고
문자를 읽는다가 보다는 보는 시대로 바뀌었다 보는 편이 정확할 듯하다.
이제 남은 것은 글쓰기인데 이것까지 감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은 늘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쓰고 그것이 설혹 번역에 기반한다 해도 글쓰는 일은 단 한 순간도 중단없이 계속하는 중이다.
꼭 쓰야 한다는 강박은 없지만 이 역시 한 번 붓대를 놓으면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은 늘 한다.
한 번 잃어버리면 영영 이별하는 것이 꼭 사람뿐이겠는가?
글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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