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종이가 너무 흔해서 젊은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 세대만 해도 갱지更紙의 시대였다
갱지는 한 마디로 재생지다.
종이가 모자라다 보니 한 번 쓴 종이를 풀어 다시 종이로 떠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색깔이 노르스름 거무튀튀하다.
필자가 국민학교 다닐 적에
이 갱지를 학교 앞 문방구에서 낱장으로 팔았다.
필자는 어릴 때 만화그리기를 좋아해서 종이를 사다 그림 그리는 게 낙이었는데
문방구에 가서 갱지를 돈이 있으면 열 장인가 사다가 그렸다.
종이 열장 주세요 하면
문방구 아저씨가 솜씨 좋게 갱지를 쫙 벌려 열장을 세서 팔았다.
그 당시에는 달력 종이도 그냥 버리는 법이 없었다.
일력은 화장지로 썼고
월력 종이는 A4크기로 잘라 연습장으로 썼다.
이 귀한 종이의 기억이 우리는 점점 사라진다.
그러다 보니,
팔만대장경 경판을 봐도
한 질만 인쇄를 해도 종이가 16만장 (목판 8만장이 양면이니)이 필요한데
그 종이가 어디서는 왔겠지 생각하는 것이다.
종이가 있다고 끝이 아니다.
먹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다.
필자가 중학생 때 우리는 영어를 갱지 종이 노트에
잉크병에 잉크 찍어 쓰는 펜으로 썼는데
그 당시 잉크 한 병이 얼마나 귀했는지 아는가?
팔만대장경을 조판한 이래 과연 몇 번을 찍었을까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다.
*** editor's note ***
근현대 종이 역사에서 저 갱지와 더불어 또 심각한 논의 대상이 마분지다.
이 마분지에 대해서는 변변찮은 탐구 글조차 쉬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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