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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왕조는 거의 비슷한 성장 곡선을 겪는데 창업주가 한창 개고생하며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힘의 제국을 이룩하며 이를 바탕으로 두어 세대가 지난 다음에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급속도로 몰락한다.
창업기는 겨를이 없어 거개 땅 따먹기에 주력하고 그러다가 두어 왕이 지난 다음에 거개 재위 오십년 안팎에 달하는 군주가 등장해 그 정복을 완성하고는 내실 다지기에 들어간다.
하지만 모든 정복왕조는 이 전성기를 지나면서 그 성장보다 빠른 속도로 곳곳에서 분열을 일으키다 결국 자멸하고 만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질까?
성장동력을 상실하는 까닭이다. 정복왕조 빛나는 급성장 비결은 말할 것도 없이 정복 그 자체다.
하지만 언제까지 마상馬上정치를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또 무엇보다 이제는 내실을 다질 때라 해서 내정에 골몰하나 그것이 곧 정복이라는 성장력을 멈추게 하고 만다.
흔히 중원대륙을 한족이 주인이라 하고 오랑캐들을 손님이라 치부하지만 천만에. 그 한족 왕조도 정복국가 아닌 게 없으니 진한 왕조 이래 한족 왕조도 모조리 정복왕조였다.
진 왕조가 천하통일과 더불어 그 생장을 추동한 시황제 사망과 더불어 바로 해체되었고 그를 이은 한 왕조도 장기집권한 무제 시대에 굽속한 군사팽창을 이룩하며 대제국을 형성했지만 무제 시대가 끝나면서 왕조는 이미 분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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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거란 여진 몽고 같은 정복성향이 더 강한 왕조도 마찬가지라 이백년을 버틴 거란도 장기집권 성종 시대를 지나면서 급속도로 쇠미 낌새를 보이기 시작하고
그것을 대체한 여진은 더 역사가 짧아 세종시대 황금기를 고비로 몰락으로 들어서다 몽고에 먹히고 만다.
그에 견주어 왜 한반도 왕조는 대체로 걸핏하면 그 존속기간이 오백년을 돌파하고 심지어 신라 같은 경우는 천년이나 계속되었는가?
동질성 때문이다. 이 동질성은 인종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땅이라는 나와바리가 고정됐다. 고구려의 경우 예외적인 상황을 염두에 둘 수는 있지만 그네가 칠백년이나 버틴 힘은 장수왕 때 국내성을 버리고 평양에 정착함으로 한반도 왕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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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국내성 터전을 잡고 계속 만주 왕조를 고수했다면 훨씬 일찍 망했을 것이다. 그만큼 평양 천도는 고구려로서는 심대한 사건이다.
한반도 왕조는 정복하려 해도 정복할 땅이 없다. 그러니 이 좁은 땅에서 반장 교체한 일을 왕조교체라 할 뿐이다. 애초 한반도에서는 정복왕조가 성립할 수 없는 이런 원초적인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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