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고로칸 유적과 화장실고고학

by 초야잠필 2022. 10. 20.
반응형

앞서 몇 차례에 걸쳐 화장실고고학이란 것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이 내용과 바로 전에 김단장께서 포스팅하신 고로칸 유적이 관련이 깊어 약간 소개하고자 한다.

일본에는 90년대부터 화장실고고학이라는 것이 발흥하여 한국에도 영향이 있었다. 지금도 한국의 고고학계에서는 화장실고고학을 선진적 분석 기법의 대표적인 예처럼 거론되는 것을 본다.

80년대, 미국에서 소위 신고고학 (New archeology)이 한참 유행일 때 이에 영향받은 일단의 학자들이 이른바 고고기생충학 (archaeoparasitology)라는 분야를 창안해 냈는데, 이 연구분야가 일본으로 수입되면서 화장실고고학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졌다.

왜 하필이면 화장실고고학인가? 그 이유는 일본의 관련 연구자들이 주로 발굴 현장의 화장실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화장실터에서 얻은 시료로 이것저것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그러다 보니 화장실고고학이라는 이름이 여기에 붙었고, 이 개념이 한국에 수입되었다. 따라서 화장실고고학이라는 용어를 쓰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국과 일본 뿐이다.

일본이야 이 개념을 고고기생충학과 환경고고학을 부모로 해서 창안해서 쓰고 있다고 하지만 한국은 일본이라는 눈을 통해 세계를 바라본 셈이다.

화장실고고학이라는 것이 전세계를 풍미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 이 용어는 한국과 일본 외에는 아무도 쓰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トイレ考古学이라 한다.

각설하고-.

이 일본의 화장실고고학이 보고한 내용 중에 특히 유명한 유적들이 있는데, 예를 들자면, 일본 고대 야마토왕조 수도인 藤原京, 平城京 등지에서 조사한 화장실 분석이 특히 유명하고, 또 한 군데 유명한 곳이 바로 이 고로칸 유적이다.

김단장께서 쓰신 대로 고로칸 유적은 헤이안시대,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을 접대하기 위한 공간이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서 화장실이 발견되었다.

그 화장실터에서는 가늘게 쪼갠 나무막대기들이 발견되었는데 앞서 김단장이 포스팅한 데 올라 있던 그것들이다 (아래 김단장께서 포스팅한 사진을 붙인다).



이것이 뭔고 하니 바로 당시 목간들이다. 목간을 깎아 쓰고 또 쓰고 하다가 결국 더 못 쓸 정도가 되면 이걸 화장실로 들고가 밑처리 용으로 쓴다.

목간이나 죽간이 물론 다른 공간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화장실터에서 나오는 것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 말하자면 저기서 문자가 확인된다면 그것은 밑처리 용으로 썼던 목간의 문자인 셈이다.

고로칸의 화장실터에서 얻은 시료로 기생충 분석을 한 결과 거기서는 촌충 알이 많이 확인되었다.

잘 알다시피 촌충은 덜 익힌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섭취하면 걸리는 것으로 일본 학자들은 고로칸의 화장실에서 촌충 알이 확인된 것은 이 화장실을 대륙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사용했기 때문으로 보았다.

헤이안 시대에 이미 일본은 네발 짐승 고기를 대륙만큼 많이 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기생충란이 나온다면 이것은 그 사용자가 대륙에서 건너온 것으로 고로칸이야 말로 당시 대륙의 사신을 접대하는 장소였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고로칸은 일본에서는 화장실고고학이 이룩한 중요한 업적의 하나로 간주되는데 문득 김단장께서 올린 포스팅을 보니 생각나는 바가 있어 간단히 써 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