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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송은의 뮤지엄톡톡

공주 석장리박물관(2)- 끊임없이 말을 거는 구석기 오빠야

by 여송은 2021.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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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댁과 천안댁, 구석기 오빠 쟁탈전.


비 맞으며 신나게 박물관 야외전시실을 둘러보다,
빗줄기가 굵어져 후다닥 전시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더라면 야생마들처럼 야외에서 더 신나게 뛰어 놀았을 겁니다. ㅎㅎ

지붕 위에 촌장님(?)이 보입니다.
“천안댁, 부산댁이 오고 있군.”

드디어 전시실 입성!

공주 석장리박물관
전시실을 더욱 재밌게 볼 수 있는 스템프 활동지

전시실에 들어가기 전 안내창구에서 스템프 활동지를 받아 들고 가면, 전시를 더 재밌게 볼 수 있습니다!

천안박물관에서도 열심히 스템프 찍던 우리 부산댁은 여기서도 열심히 찍었습니다. ㅎㅎ

아쉬웠던 점은 실제 전시되어있는 유물과 스템프가 설치되어 있는 위치가 맞지 않는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는 점입니다. 스템프 찍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해당 유물 앞에 스템프가 있어야 찍는 의미가 있으니깐요.

구석기인들과 키를 비교해 보고 구석기인의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부산댁 키에 해당하는 구석기인

 

공주 석장리 발굴현장 재현 모습

석장리 선사유적 발굴 현장을 재현해 놓은 모습입니다.
맨앞 책상에 앉은 분은 유물을 실측하고, 뭔가 열심히 적고 있습니다.

뒤에 있는 분은 어깨에 지게를 지고, 무거운지 지겟대에 의지해 걷고 있습니다. 푹 숙인 고개에서 당시 발굴현장의 고됨이 보입니다.

발굴도구 / 흙손(트롤) / 왼쪽에서 모종삽같이 생긴 두 개이다.
1960년대에는 흙손(트롤)을 구하기 어려워 닳고 닳을 때까지 아껴 사용했다 한다.



파른 손보기(1922. 7. 7.-2010. 10. 31.)

석장리박물관은 손보기선생님을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공주 석장리 선사유적은 손보기선생님을 필두로 연세대학교 박물관조사단에서 1964년 발굴을 시작했습니다. 교과서에서 보았듯, 손보기선생님의 구석기 유적 발굴 덕분에 한반도의 역사가 수십만 년 전으로 앞당겨 졌다고 합니다. (참 교과서적인 멘트지요.ㅎㅎ)

여하튼! 그래서 석장리박물관에는 별도로 <파른 손보기 기념실>이 있습니다. 발굴 당시 모습, 사진 자료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손보기선생님 작업실 재현 모습
손보기 선생님과 통화하기 체험



석장리 선사유적 발굴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마지막 전시실인 <파른 손보기 기념실>부터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전시실 처음으로 휘리릭 돌아가서 보면, 전체적으로 전시 구성이 유물을 보고,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코너로 되어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고고학에 대한 지식이 초등학생 수준(초등학생들이 기분 나빠하려나?ㅎㅎ)이기 때문에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유물을 설명하는 방법으로 보고, 듣고, 만지고, 그리고 생각하기를 적절하게 잘 활용했습니다.
(고고학적인 학술적 내용은 제가 무지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어떤 방법을 활용해서 선사시대 바보 두명(?)이 구석기 전시를 재밌게 봤는지, 사진을 보며 설명드리겠습니다.

전시실 활동지

전시를 보면서 선사시대 도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오늘날의 도구를 찾는 내용입니다.

멍때리는 거 아님, 유물 설명 듣는 거임.
딴짓 하는 거 아님, 유물 성명 듣는 거임.

 유물 앞에 있는 해드폰을 끼면 할머니 목소리로 정감있게 유물을 설명해 줍니다.

전문 성우 목소리도 좋지만, 한 두개 정도는 현장감있게 박물관 학예사 목소리로 설명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시장 옆 면도 허투루 사용하지 않고, 시대별 문화층을 보여줄 수 있는 패널로 활용했습니다.

 

해당하는 뗀석기 모형을 붙이면서 뗀석기 종류를 알아 볼 수 있는 체험.
주먹도끼가 궁금한 부산댁(거꾸로 들었대요.)

 

뗀석기 조각을 맞춰보는 체험.
결국 지나가던 초등학생이 도와줌.ㅎㅎ

 

서랍을 열면 유물과 발굴에 사용했던 도구 및 자료를 볼 수 있습니다.
고무인.
환등기

위에 사진은 물품보관함이 아니고, 서랍을 활용한 전시장입니다. 유물과 발굴에 사용했던 도구 그리고 기록 자료가 안에 들어있습니다.
어떤 물건이 들어있을 지 몰라 서랍을 열기 전 두근두근 설렘을 줍니다. 마치 미스테리박스 같은.ㅎㅎ

하지만 이 공간이 체험공간이라는 표시가 명확하지 않아 약간 애매하다고 느꼈습니다. ‘서랍을 열어 ooo을 확인해 주세요.’ 라는 표식이 있다면 확실히 체험공간구나 인지하고 즐겁게 달려들텐데,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쭈뼛쭈뼛 서랍 문을 열게 됩니다.

아주 사소한 것이긴 하지만, 서랍문에 들어있는 물건에 대한 힌트를 주는 문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구가 있다면 ‘아, 뭘까? 이걸까?’ 하며 조금은 생각하며 문을 열고, 직접 보고 내가 생각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요.ㅎㅎ

하지만 같은 유물이라도 서랍속에서 숨은 걸 찾아낸다는 발굴의 기쁨을 주는 체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주 좋았습니다.

특별전시 <사냥혁명>에서도 이 서랍 전시기법을 활용했더라고요. 여기도 위에서 언급한 부분이 있다면 더 좋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전시 <사냥혁명> 중 서랍을 활용한 전시장. 이 박물관 학예사가 서랍을 좋아하는게 분명하다.ㅎㅎㅎ

 

전시실 전경.
리얼한 구석기인.
넌 좀 무서워....
곰을 사냥하는 구석기인.
뿌애앵!!! 곰살려!!!
동물 가죽을 벗기는 구석기인.

구석기인과 모형을 아~~~주 현실감있게 재현해 전시했습니다. 생동감있어 재밌기도 하면서,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이 모형을 어떻게 느낄까 궁금했습니다. 마침 같이 관람중이던 초등학교 4학년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물어보니, ‘보다 보니 괜찮다.’ 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잉? 무슨말인지..ㅎㅎ 앞으로 연령에 맞는 전시실 모형에 대한 고민도 해야겠습니다. 다른 박물관에서 전시실 모형을 보고 무서워서 우는 아이들을 더러 보았기 때문입니다.

애니웨이...

그림을 만지면 장작에 불이 붙고, 사냥을 하는 등 화면이 바뀝니다.

가장 재밌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역시 직접 만지고, 그 변화가 확확 와야 재밌어하는 자극적인 사람들.ㅎㅎㅎ
뒤에 가만히 앉아 구석기인들 생활을 감상할 수도 있고, 사진처럼 직접 체험 할 수도 있습니다.


2018년 2월 석장리박물관 상설전시실을 리모델링 했다고하여 개관식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1월달인가 눈이 왔었습니다. 그 때는 ‘오...’ 하고 사람들 따라 보기 바빴는데, 이렇게 다시와서 천천히 보니 다시 눈에 들어 오는 게 많았습니다.

앞 편에서도 말했듯이 전시가 쉽고, 재밌습니다.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만 제가 느꼈을 때는 관람객층을 초등학교 4-6학년 정도로 생각하고 전시를 기획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시를 구성할 때,
전시실 조도도 조금은 밝게, 전체적인 색깔은 환하게,
패널도 가독성 좋게, 보는 것 만으로는 이해가 떨어질 까(지루할 까) 체험도 아기자기하게.

그래서 선사시대에 무지한 제가 봐도 쉽게 보고 이해했나 봅니다.

선사시대 전공자 분들은 어떻게 볼 지 모르겠습니다. 학술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은 제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지만, 그 부분은 수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시의 전체적인 큰 틀(구성)을 보면 저는 좋았습니다. 조금 더 쉽게 일반인들에게 공주 석장리 선사유적을 소개해 주려는 학예사의 고민이 보였고, 저는 통했다고 봅니다.

항상 생각하지만 박물관은 전문가를 위한 공간 이전에 일반 관람객을 위한 서비스 공간 이라고 생각합니다.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은 논문이나 책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석장리박물관은 일반관람객을 위한 박물관으로서 본보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물관 후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

2018년 구석기 오빠야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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