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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본분 혹은 분수, 눌러버린 꿈

by taeshik.kim 2020.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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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00만원짜리는 100만원에 어울리는 일과 생각을 해야 한다. 평사원은 평사원다워야 하고, 사장은 사장다워야 한다. 농민은 농민다워야 하며, 다마네기 농부는 다마네기만 생각해야 한다.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모른다. 한때는 대한민국을 무대로 하고, 그것도 비좁아 세계로 나간다는 꿈이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치 않아 나에게 본분을 알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살아보니 삶은 억압이더라. 누구에 대한 억압인가? 본분을 벗어나려는 나 자신에 대한 끊임없은 억압이더라. 무엇에 대한 억압인가? 본분을 벗어나려는 욕망에 대한 억압이더라.

 

반지하...그건 기생충이었다. 


국경을 벗어나려는 욕망은 고사하고, 나에게는 언제까지는 단칸 지하방 탈출이 꿈이었다. 내가 그것을 청산하기는 1998년 어간이 아닌가 한다. 그때까지 나는 은평구 신사동 어느 단독주택 지하방에서 사글세 자취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응암동 26평짜리 아파트를 빚을 내서 구입했다. 비록 빚더미나마 내가 내 이름으로 주택을 소유하기는 처음이었다.

서른이 넘어 1억도 되지 않는 아파트 하나 겨우 장만했다. 말 그대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소백산맥 중턱 깡촌에서 태어나서 내 집 하나 마련하는데 30여년이 경과했다. 그러다가 다시 시간이 흘러 이제는 반백을 바라본다.

이젠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단 한 가지는 꿈이 있었으나, 그 꿈을 끊임없이 억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억압하지 않으면 내가 돌아버렸을 것이므로.... (201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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