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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사립박물관의 공공성은 곧 소장품 소유구조의 공공성을 말한다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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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두고두고 논란이 되거니와, 우선 공공성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을 따져 본다. 

 

첫째, 문화재는 공공재라는 막연한 관념이다. 공공재라는 개념은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공공성을 지닌다는 의미이거니와, 이 경우에도 우리가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그러면서도 엄연히 사유물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문화재는 공공재라는 언설이 설혹 성립은 할 수 있을지언정, 그렇다 해서 공공성을 빌미로 그것이 문화재라 해서 모조리 다 사용 혹은 거래 혹은 이동에 제약을 일괄로 가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둘째, 따라서 사유물이라 해서 그것이 공공재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위한 다음 요건으로 지정 혹은 등록문화재일 것과 그 제반 운용 수리 등등에 공공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 경우 이런 문화재는 앞서 말한 사용 거래 혹은 이동 등지에 공권력을 통한 강제적인 제약 요건이 발생한다. 

 

 

간송미술관 보화각

 

 

사립박물관이라 해서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다. 사립박물관도 박물관미술관진흥법에 의한 자격 요건을 구비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아니한 경우도 있으니, 후자는 논외로 친다. 왜 논외인가? 그건 개인 컬렉션 이상도 이하도 아닌 까닭이다. 오직 저 공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되는 쪽은 박미법에 의한 자격요건을 구비한 기관으로, 그에 따른 각종 지원을 받는 곳을 지칭한다. 

 

박미법에 의한 자격요건을 구비한 박물관 미술관은 그에 따른 공공의 지원을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학예직 혹은 교육사 인건비 지원을 들 수 있거니와, 기타 이 외에도 저 법을 근거로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자체 등지에서도 이런저런 지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 경우 우리가 잘 아는 사립박물관의 대표주자 삼성그룹 계열 리움과 호림박물관은 어떠한가? 이 두 박물관은 저런 자격요건을 구비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럼에도 내가 아는 한 박미법에 의한 그 어떤 지원을 받은 적도 없다. 하긴 그랬다간 열라 얻어텨졌을 것이다. 가뜩이나 부자가 코묻은 국민세금을 뺏어 먹냐 했을 테니깐 말이다. 두 박물관은 같은 사립박물관이면서 박미법에 의한 각종 지원을 받지 않기에 다른 여타 사립박물관들과는 독특하게 다른 위상을 지닌다. 

 

다만 우리가 공공성을 무기로, 너희들도 그에 걸맞는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립박물관은 박미법에 의한 자격요건을 구비한 박물관 미술관으로서, 그에 따른 각종 지원을 받은 기관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립박물관이 그에 따른 공공성을 제대로 구비했는가? 유감스럽게도 전연, 혹은 아주 많이 구비하지 못한 데가 대다수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린다.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이 박미법에 의한 자격요건을 구비한 사립박믈관으로서 그에 따른 보호와 지원을 받는 기관 자체, 그리고 그 보호를 받는 대상들인 소장품들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그 박물관 미술관 소장품 소유구조를 보면 단적으로 현실의 처참성이 드러난다. 다 그렇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립박물관 미술관 소장품이라 내세우는 것들 소유구조를 보면 절대다수가 그 박물관 미술관 소장품이 아니라 그 박물관 미술관 설립자와 관련한 특정 개인 혹은 특정 가문 구성원들의 개인 물품이다. 

 

 

보화각 내부

 

 

이는 이번에 터져나온 이른바 간송 컬렉션 소속 불상 2점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이 두 불상은 진위문제까지 불거졌거니와, 그건 차지하고라도, 그 법적인 주인은 간송미술관 혹은 그것이 속한 재단이 아니라 간송가 개인이다. 간단히 말해 두 불상은 공공재가 아니라 사유물이다. 사유재산이다. 

 

그것이 설혹 보물이라 해도 그 사유재산 처리 문제에 국가가 개입할 이유도 없고, 그건 저네들 맘대로 알아서 할 일이다. 

 

한데 문제는 또 하나 있다. 저들 불상은 한국에 문화재보호법이 생긴 직후인 1963년에 보물로 각각 지정됐거니와, 그렇다면 보물 지정에 따른 유무형의 혜택이 없었는가? 이것도 따져봐야 한다. 그에 대해서는 내가 아는 바 없다. 저들이 지정 이래 현재까지 단 한번도 수리가 없었는지, 있었다면 누가 무슨 재원으로 했는지, 그에 따른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로대, 만약 그에 국민세금 단 돈 10원이라도 들어간 흔적이 있다면, 그때부터는 이 불상은 사유물이 아니라 공공재로 돌변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혹 저들 보물 불상이 공공재원으로 수리되었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혹독한 책임의 대가가 따른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확인한 사항은 없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그런 재원이 투입되지 아니한 순전히 개인 사유물임을 전제로 한다. 

 

결국 사립박물관의 공공성은 첫째도 둘째도 그것이 박미법 테두리 안에서 그 운용에 국민재원이 투입된 이상, 그 혜택 아래 놓인 모든 소장품은 특히 소유구조에서 모조리 공공재로 돌려야 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직감한다. 

 

더 간단히 말한다. 박미법 적용을 받고, 그에 따른 지원을 받는 그 모든 소장품은 소유구조를 개인에서 공공으로 돌려야 한다!!!

 

한데 현실은 어떤가? 그 소장품 대다수는 특정 개인 소유다. 

 

이렇게 되니 어떤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불특정 다수 국민이 그런 사유물들을 보호해주는 꼴이 벌어진다. 내가 왜 그네들 사유물을 지켜준단 말인가?  

 

왜 주인 행세도 못하는 내가 특정 개인이 소유한 물건을 그것이 단순히 문화재라는 이유로 그것을 보존관리활용하는 비용을 대야 한단 말인가? 

 

박미법에 따른 지원을 받은 모든 박물관 미술관은 그 혜택을 누린 소장품은 모조리 소유구조를 공공으로 돌려야 한다. 

다만 소유의식이 특히나 강한 한국적 사정을 고려할 때 일거에 돌리기는 힘드니 그에 상응하는 조치는 있어야 한다. 그 상응하는 조치는 또 하나의 큰 얘기라 추후 기회를 마련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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