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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불상佛像의 정치학, 눈치만 보는 조선 국왕 문종과 그를 겁박하는 신하들

by taeshik.kim 2023.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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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실록 2년 임신(1452) 3월 13일(병오) 기사다. 


처음에 의산위宜山尉 남휘南暉가 사사로이 불상佛像을 제조하니, 사헌부司憲府에서 이를 듣고 이졸吏卒을 내어 수색해 잡아서 일의 상황을 조사해 알아서 죄주기를 청하니, 임금은 남휘가 부마駙馬라 하여 그 죄를 특별히 용서하게 하고는, 이내 승정원承政院에 명하기를,

“의산위 남휘가 제조한 불상을 사헌부에서 그 도금塗金한 것을 깎아 없애기를 청하는데, 다 이루어진 것인지 알지 못하겠다. 만약 이미 이루어졌다면 부수어 버릴 수는 없으니, 진관사津寬寺와 장의사藏義寺 등의 절에 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니, 도승지都承旨 강맹경姜孟卿이 아뢰기를,

“사사로이 불상을 제조한 것은 율律에 중죄重罪로 되어 있으니, 만약 버려두고 캐묻지 않는다면 오히려 될 수 있지마는, 만약 성상聖上께서 교지敎旨로써 구처區處한다면 옳지 못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대들이 내 뜻을 알지 못하고서 말한 것이지, 내가 불상을 존숭한 것은 아니다. 만약 잠정적으로 버려두고 본주인에게 돌려주도록 허락한다면, 이는 불상 제조를 도리어 용서하여 그 뜻을 성취시키는 것이다.”


가마쿠라 불상. 아미타불이며 13세기 완성 대따시불이다.



하니, 강맹경이 아뢰기를,

“신 등은 진실로 성상께서 불교를 믿지 않는 줄로 알고 있사오니, 오늘에 아뢴 바는 성상께서 불교를 숭상한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차인差人에게 명하여 옮겨 두게 한다면, 두렵건대, 어리석고 미혹한 백성들이 성상께서 〈불교를〉 존숭한다고 여겨, 바람에 쓰러지듯이 다투어 나아가게 될 것이고, 이를 버려두고 캐묻지 않는다면 불교를 숭상한다는 이름은 다만 남휘南暉의 한 몸에만 있을 뿐입니다. 만약 옮겨 둔다면 속아서 혹惑하는 폐해가 장차 온 나라에 이르게 될 것이니, 이로써 감히 청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것은 사헌부를 불러서 불상을 다 제조했는지의 여부與否와 구처區處할 일을 물어보라.”

하니, 지평持平 김윤복金閏福이 아뢰기를,

“이미 다 완성되어 도금했으니, 그 뱃속에 간수한 금은金銀과 주옥珠玉은 금물禁物이므로 관청에서 몰수하고, 불상佛像은 그때에 명을 받들어 흥천사興天寺에 옮겨 두었습니다.”

하였다.


【원전】 6 집 474 면
【분류】 사법-재판(裁判) / 사상-불교(佛敎) / 왕실-비빈(妃嬪)
[주-D001] 구처區處 : 변통하여 처리함.


***

번역 문제인지 아니면 내 이해력 문제인지 알쏭달쏭한 대목이 있다.

그 문제는 차치하고 이 기술은 강력한 억불抑佛을 추구한 조선전기 이를 둘러싼 최고권력층 움직임을 생생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시할 만하다.

국왕인 문종은 아버지 세종을 닮아 불교신도라, 하지만 당시 이데올로그들은 그런 왕한테 공자냐 석가냐 양자택일을 강요했으니 왕이 신하들 눈치를 졸라 보는 모습이 선연하다.

불상을 관의 허락없이 만들었다는 이유를 들어 신하들은 왕의 사위를 압박하고 나아가 그런 일을 두둔하고자 하는 왕도 겁박한다.

기왕 불상을 만들었으면 놔두라는 왕의 지시도 쌩까고는 복장으로 넣은 보물은 압수하고는 마지 못해 불상은 어느 절에다 던져준다.

이 일들이 실록은 하룻만에 일어난 것처럼 기술했지만 농간이다.

조선은 왜 허가없는 불상주조를 금했는가?

억불? 까라마이싱이다. 무기랑 지들 딩가딩가 놀러댕기는 데 필요한 기물 제조용 구리가 없어서였을 뿐이다.

한반도엔 구리광산다운 광산도 없어 모조리 일본에서 동을 수입해다 썼다. 이는 심각한 대일무역적자를 부르는데 왜 조선이 삼포를 개방했겠는가?

구리 같은 수입산 도입을 위해서였지 딴 이유 없다. 저주 받은 한반도에서 자랑할 오직 한 가지는 세 치 혀로 까불대는 지식권력층 뿐이요 의식주 어느 것 하나 풍족함을 모르는 거지 같은 땅이었다.

먹고 살려 버둥치며 불상 하나 맘대로 주물하지 못하게 막아놨다.

불상은 그대로 두고 복장만 쏙 빼서 압수한 일은 당시 복장에 금은보화가 그득함이 알려진 까닭이다.

해당 불상이 피도난품인가 선물에 의한 사여인가를 판별하는 가장 초보하는 지름길은 복장이 멀쩡한가 털렸는가다.

대마도 불상이 도난당했다고?

웃기는 소리 좀 작작해라.

구리 광산 하나 없는 거지 같은 나라.

그래서 불상도 관의 허가를 받아야 제작한 더 거지 같은 한반도였다.

그 한반도가 20세기 21세기에 비로소 웅비한다.

한손엔 bts 반대편엔 블랙핑크 장착하고서 말이다.

그건 그렇고 문종을 겁박한 저 친구들은 진짜 공자의 사도로 불신지옥 공자천국이라는 가르침에 충실했을까?

이 또한 거지발싸개 같은 주장이라 집구석마다 다 원찰이 있었고 마누라 딸내미들은 열렬한 불교신도였다.

본인들도 툭하면 중님들 불러다 점을 치고 죽어서는 불가에 제 몸을 투탁했다.

왜?

공자는 때려죽어도 죽음 뒤의 세계를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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