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악마는 디테일에서 있다고 했던가
같은 이야기를 뒤집으면
선의는 디테일에서 열매를 본다고도 할 수 있겠다.
말로는 무슨 소리든 다 가능하다.
조선시대에 선비마다 한 번씩은 아마 읊어 봤을 민농시
여름 땡볕에 일하는 농부가 불쌍해 죽겠다고 하면서
권력자들은 저런 농부들의 고생을 외면한다고 질타한다.
그런데 사실 알고 보면
그 농부가 여름 뙤약볕에 들에 나가 일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 때문일 수도 있다.
왜냐
그 동네 지주는 자신이기 때문이지.
물론 그 시를 쓴 사람은 선의에서 썼을 수도 있다.
그럼 뭐 조선시대 나온 그 많은 민농시가 전부 다 위선이겠는가?
그런데-.
국민을 위한다거나 아니면 농부를 위한다거나
디테일이 없으면 아무 소용도 없다.
실컷 농부가 불쌍하다고 해 놓고는
그 해법이 정전제, 균전제, 여전제가 되어가지고는 택도 없다 그 뜻이다.
자꾸 일본 이야기를 해서 안됐다만,
막부와 번의 말단 사무라이들 녹봉까지도 정밀하게 계산해두고
애초에 차라리 내쫒아 그놈을 낭인을 만들었으면 만들었지
공짜로 부릴 생각 자체는 옵션에 두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훨씬 인간적이라는 말이다.
그런 냉혹함이 차라리
말로는 항상 위민을 이야기 하지만
틈만 나면 공짜로 불러다 일 시킬 일에 골몰하는 정부보다는 훨씬 낫다는 말이다.
세상사 모든 나쁜 일들은 얼렁뚱땅에서 온다.
대충 하다 보면 나라도 망하고 식민지도 되고,
또 어제까지 멀쩡하던 시스템이 무너지고 한다.
디테일 없는 선의가
디테일을 갖춘 악의보다도 못할 때가
이 세상에는 아주 아주 많다.
디테일 없는 선한 군주가
계획성 있는 나쁜 악당보다도 세상에는 폐를 더 큰 폐를 끼치는 경우도 많다는 말이다.
이 세상 모든 선의는 디테일에서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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